2주간의 한국행, 그리고 그 후

by 봄봄

처음으로 신랑과 함께 한국에 다녀왔다. 약 2주가 넘는 일정이었는데, 이번 한국행은 다녀온 후의 느낌이 혼자 다녀왔을 때와 많이 다르다.


혼자 갔을 땐 주로 내가 해야 할 일처리와 친구들 만나기, 엄마랑 데이트가 주를 이뤘는데, 이번엔 신랑이랑 가니까 아무래도 내 개인스케줄은 거의 없고 함께 여행다니고 먹고 하는게 더 많았던 것 같다.

예전에 혼자 갈땐 무슨 출장온 사람처럼 보험처리, 병원, 필요한 물건 쟁이기, 쇼핑, 엄마 좋은데 모시고 다니고 마미취향에 맞춘 여행 혹은 식도락 데이트, 친구 만나서 주로 수다 및 차한잔(술은 노노, 다들 애 엄마)이 주를 이뤘었다.

까페에 랩탑 들고가서 간만에 여유를 즐기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글도 써보고, 이런저런 사느라 잊고 지냈던 중요한 일들 처리하느라 계속 전화통을 붙잡고 있거나 바쁘게 검색을 하는 시간도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야말로 신랑하고 여행, 먹기, 쇼핑만 줄기차게 하다 온거같다. 덕분에 돈 왕창쓰고 왔지만 그동안 필요한데 못샀던 것들이랑 각자 회사 다니느라 시간 없어서 장만 못했던 걸 신랑과 의논하며 다 마련해와서 한동안 쇼핑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은 매우 마음이 뿌듯-




외국 나와 살면서 느끼는 건 서울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다. 작년에 맛집이었던 데가 이번에 가니 없어지거나, 신흥맛집 및 핫플레이스가 여기저기 생겨서 옛날에 '아 여기 좋았는데 또 와야지'했던 곳들을 확인 안하고 갔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늘 신상정보를 체크해야하는 곳, 변화의 속도가 어느 곳보다도 빠른 곳.


그런게 항상 좋고 편리하다고 생각해왔고, 이번에도 더 진화한 배달 서비스나 신흥맛집의 새로운 맛, 밤에도 일요일에도 항상 문열린 마트나 까페 등 한국만이 줄 수 있는 편리함을 흠뻑 누리다 왔다.

돈만 내면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이 너무 많았고 그만큼 몸이 편했는데,

그런데 이번 한국행에서는 독일에 돌아올 때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진 않았다. 한번씩 독일집이 그리웠다.


왜였을까.




1. 한국에는 '우리집'이 없다.


친정은 항상 나에게 두번째 우리집이지만, 신랑에게는 우리집이라기엔 낯설다. 물론 적응 잘하고 착한 신랑이고, 누구보다 잘 지내다 왔지만, 우리 물건들이 일상에 가장 편하게 손 내밀면 잡힐 곳에 잘 정리되어 있고, 내 책상 내 공간 내 침실이 있는 독일의 내 집과는 다르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


한국에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없다.


이 곳은 내 고향이지만, 이제는 이벤트성으로 여행을 오는 곳이 되었다는 걸 이번에 느끼고 기분이 이상했다. 한편 슬프기도 했고..

맨날 욕을 해도 내 루틴이 있고 안정감을 주는 독일에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돌아온 지금 출근을 해 일하고 저녁을 챙겨먹고 도시락을 싸는 이 일상이 편안하다.




2. 너무 바쁘다.


편리하고 재밌었지만, 한국에 있는 내내 뭔가 너무 '바빴다'.

추석연휴를 끼고 간 휴가라 양가를 오가며 인사드리느라 바쁘기도 했고, 여행속 여행으로 부산을 다녀왔고, 거의 매일 쇼핑을 했다.

짧은 기간에 많은 걸 해서 바쁘기도 했지만, 있는 내내 내 주변의 사람들과 공기에서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는 속도감- 그래서 뭔가 빨리 해야할 것 같고, 좀 불안하고, 쳇바퀴에 올라탄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참 많은 걸 하는데 또 뭔가 잔뜩 쌓여있는 느낌-

한국에서는 내가 빨리 일을 진행하면 관공서든 일반 서비스업체든 빠르게 일처리를 해주어서 그냥 '나만 잘하면' 일이 굴러가다 보니, 나를 채찍질하게 됐던 것 같다.

독일에서는 병원이든 관공서든 뭐 하나 하려고 하면 세월아,내월아 하다보니 강제적으로 속도가 늦춰지고 여유가 생기는 점이 있었는데(욕은 나오지만), 한국은 모든게 빠르다보니 고속열차에 올라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예전에 호주로 이민간 친한 언니가 호주의 삶의 속도가 본인에게 더 맞다고 했던게 어떤 의미인지 좀 알 것 같았다.


이 2가지가 이번에 한국에 가서 독일이 한번씩 그리웠던 이유였던 듯 하다.






물론 돌아오자마자 벌써 딱딱한 독일어와 맛없는 음식, 배달서비스 부재로 짜증을 몇번 냈지만, 그래도 견고한 일상이 있는 이 곳이 확실히 편하다.

오늘 아침 일처리를 하다 또 내 성급함을 이기지못하고 화를 낼 뻔 했지만, 좀 Chill해지려고 노력하자. 이 곳은 그야말로 chill한 사람이 잘사는 곳이니까.


이번 한국행으로 그 동안 답답하고 홧병날 것 같았던 내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고, 마음을 짓누르던 몇가지 일들이 해결됐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 웃었고, 지겹기만 하던 독일의 소중함까지 느꼈으니 이 정도면 내 초가을 긴 휴가가 상당히 의미있었던 것 같다.


다시 만날 그 날까지, 한국 안녕-












이전 15화외국인으로서 독일에 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