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p 12. 2023
뤼네부르크의 작은 서점, Lünebuch
거리상권이 살아있는 유럽의 골목골목, 작은 소도시
함부르크와 뤼네부르크, 두 도시를 여행하며 다시 느낀 건 내가 소도시 여행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계획 없이 발길 닿는대로 걷기만 해도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모퉁이를 돌면 보이는 새로운 장면, 좁고 구석진 골목길 등 걷는 족족 펼쳐지는 풍경의 향연에 마치 영화관에서 반전을 만난 마냥 작은 반전들에 기쁘고 흥분된다.
이번 뤼네부르크에서 기억에 남았던 곳 중 하나는 이 서점이다.
보통 독일 도시 전역에 Thalia,예전엔 Mayersche였던 큰 서점 체인이 하나씩 있는데, 여긴 작은 북부 소도시라 그런지 로컬 서점인 Lunebuch가 있었다.
들어가서 잘 꾸며놓은 면면을 살펴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나에게 그 중 하일라이트는 바로 이 어린이 책 코너였다.
세상에...
무슨 잘 꾸며놓은 아기 놀이방 같지 않은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책장 모양하며, 사랑스러운 벽지, 그리고 큐레이션 해놓은 책들이 하나하나 다 맘에 들었다.
큐레이션 혹은 편집샵에 대해 한국에서 접할 때는 그냥 비싸고 예쁜거 모아놓았나보다, 했었는데 이렇게 정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물건을 귀엽게 모아둔걸 보니 아, 이런게 진짜 큐레이션이구나 싶다.
그냥 많이 팔리는 책을 진열한게 아니라, 마치 집에서 엄마가 아이가 좋아하는 책 위주로 골라서 잘 보이는 곳에 디피한 듯한, 완전 전문가적인 느낌보다는 살짝 손길이 닿은 것 같은 디스플레이..그리고 책 선정...
Mayersche의 각잡힌 듯한 분류와 많은 책 종류도 좋지만, 이렇게 그 서점만의 느낌으로 꾸며진 전체 공간과 책들을 보니 참 좋았다...이 공간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보며 한참을 시간을 보냈고,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도 찾았다.
나도 이제 어쩔 수 없는거같은데 어딜가도 우리애가 좋아할만한게 먼저 보인다.
그리고 그런걸 고르는게 즐겁다. 좋아할 얼굴을 상상하면서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된다.
북 큐레이션 책장 옆에 저자들의 사진을 액자에 넣어 전시한 것도 너무 좋았고...
서점 자체가 큰 창문처럼 공간구획을 해놓아서 서점 안의 또다른 서점을 만나는 느낌이었다. 책이 있는 풍경 자체가 하나의 액자 속 그림이 되는 구조.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았던 책. 시리즈로 다양한 책들이 있더라.
아말피의 부엌.
이 책 내지도 너무 예쁘고 그냥 책 제목 자체가 너무 사랑스러웠던...
Wimmelbuch 이제 이런것도 하는구나..Wimmelbuch 시리즈의 끝은 어디인가.
셜록 홈즈와 함께 대도시 범죄사건 수사의 단서를 찾아가며 wimmelbuch처럼 사람과 단서를 찾아내는 책. ㅎㅎ
나중에 아이 좀더 크면 같이 해봐도 재밌겠다.
컨텐츠의 확장성은 언제나 재미있다. 영화가 책도 되고, 책이 그림책도 되고, 만화가 드라마가 되기도 하고...
컨텐츠를 가진자가 권력자인 시대다.
곳곳에 이 노란 사다리가 있었는데, 뤼네부르크 내 지역사업에 참여한다는 표시같기도 하고..
여튼 사다리 자체가 너무 귀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