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AI시대에도 사람들은 글을 쓰고 책을 쓰는가?
사람들은 왜 아직도 글을 쓰려고 할까? 주제와 문체만 정해주면 AI가 순식간에 글을 써 주는 시대다. 나도 이런저런 컨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왔지만 요새는 AI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 효율에 있어서 정말 큰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이런 ‘딸깍’ 글쓰기에 익숙해지다보니 직접 글을 쓰는 감각에 대해서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하나가 끝나고 하루종일 푹 쉰 다음날에서였다.
책쓰기는 돈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말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수만 권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라면 대개 아주 약간의 인세만이 받을 수 있는 금전적 대가의 전부이다. (자가가 아닌 일반적인 기획출판 이야기다.) 물론 책을 통해 인플루언서가 되어 강연을 다닌다거나, 코칭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부터 강의를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한 경우가 아니라면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 역시 돈이 될 수 있는 ‘딸깍’ 글쓰기를 할 방법도 아이디어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에서 이렇게 돈 되지 않는 ‘내 글’을 직접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답은 이렇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의도에 맞는 결과물을 얻어내는 입력 - 출력 과정의 AI 컨텐츠 제작과는 다르다. 평소에 하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머리속의 언어로 풀어내어 정리하는 그 과정은 오로지 내 뇌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언어 습관이 반영되고 나만의 '언어의 맛'이 담긴다. 요리사마다의 경험과 손맛이 다르듯, 글 쓰는 사람 마다의 글 맛이 다르다. 이 맛은 글 쓰는 사람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바로 그 순간에 과정으로서 스스로 경험되는 것이기에 오로지 스스로 글 쓰는 일 속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
정리하면 글쓰기란 그 나름대로의 언맛을 만들어내고 느끼기 위한 과정을 즐기는 놀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나는 카페에 놀러 와서 놀고 있는 것이다.
내 돈 내고 놀고 있는데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굳이 이 문장을 쓴 이유는 언젠가부터 ‘돈이 되지 않는 활동’에 품을 들이는 것이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낭비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거나 개발해두어도, 그게 정작 돈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실패이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몇몇 취미를 잃어버렸다. 글쓰기도 그렇게 AI 에이전트에게 시간과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그러나 글쓰기를 차라리 ‘놀이’라고 정의하고 난다면 나는 놀고 있으므로 이 시간을 AI 컨텐츠 생성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애초에 같은 카테고리로 묶이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는 유흥에 가까워진다.
아무튼간에 나는 지금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고 내보이는 취미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런 에세이류 글만의 특징이 조금 있는 것 같다. 에세이적 글쓰기는 정보성 컨텐츠 제작과는 결이 다르다. 정보성 컨텐츠는 글의 맛과 색 보다는 정보의 정확성, 그리고 독자가 원하는 바로 그 내용이 있는지에 대한 적확성에 따라 가치가 생긴다. 반면 에세이는 내용보다는 맛을 즐기러 온다. 읽는 사람의 사고의 결과 쓰는 사람의 글의 맛이 어떠한 공명을 이룰 때 독자는 ‘읽을 만한 글’을 만났다고 느끼게 되고, 마침내 몰입하고 글 읽는 과정을 즐기게 된다.
그런 과정의 놀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글이고, 이를 모아놓은 것이 책이다. 그렇다면 책은 갖가지 놀이기구를 모아놓은 일종의 유원지라고도 말할 수 있다.
내가 기획하고 만들고 직접 배치까지 한 유원지에 아주 작은 사람이라도 와서 놀고, 즐겁게 웃고, 의도한대로 즐기고 간다면 기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 이리저리 다르게 배치를 둬 보기도 하고, 기구를 바꿔 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 운 좋으면 유명해져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오는 핫 플레이스가 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 열기가 꺼져 주말에 한 두 손님 방문하는 한적한 공원이 되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이 모든 과정이 즐겁다. 쓰다 보니 타이쿤 게임 같다. 글 쓰기는 놀이이고 책 쓰기는 타이쿤 게임이다. 이렇게 말해 봐도 될까.
지금 쓰고 싶은 책이 세 개 정도 있다. 두 개는 돈이 될 것이고, 하나는 돈이 되지 않을 것이다. 두 개는 빠르고, 하나는 느리다. 결국 세 개 모두 진행하게 되겠지만 - 지금은 마지막 하나로 마음이 간다. 생산자가 아닌 작가로서 있고 싶다.
AI를 활용해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유원지를 만들 수 있겠지만 흙 파서 기구 심고 직접 돌려보는 맛도 있는 법이다. 결과물이 같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지금 재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