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오는 밤이었다. 갑자기 강렬하게 매운 게 땡겼다. 시간은 밤 11시. 배달 앱을 뒤적거려 봤으나 역시 1인분만 시키기엔 좀 부담스럽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볼케이노 치킨을 시켜먹었기에 배달 음식은 참기로 했다.
냉장고에는 뭐가 있나? 어제 산 냉동 칵테일 새우 한 봉지. 먹다 남은 청경채. 이걸로 뭐라도 해 볼까. 자취하면서 요리가 아주 살짝 늘긴 했다. 뭐든 굴소스에 볶으면 맛있다는 법칙을 깨달을 정도로만. 새우볶음을 하기로 결심한다.
냉동 새우를 물에 담가두고 소스를 준비한다. 오늘은 무조건 맵게! 피쉬 소스, 스리라차 소스와 캡사이신 가루를 주방에 꺼내놓는다. 사실 굴소스를 쓰려했으나 얼마 전에 곰팡이가 슬어 버려 버렸다. 굴소스는 냉장보관 하자.
매운맛 소스 : 피쉬 소스, 스리라차 소스, 캡사이신 가루, 다진 마늘
새우가 해동되는 동안 청경채와 마늘을 다듬는다. 사실 다듬는다고 하기도 뭐하다. 그냥 뿌리 자르고 씻는 게 다라서. 나는 청경채가 좋다. 손질하기도 쉽고 가격도 싼 데다 색도 예쁘고 맛있다. 음식에 초록색을 더해주는 고마운 재료. 마늘은 한국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 99%의 음식은 마늘과 다진 마늘이 그 시작과 끝이다.
냉장고 속 재료 : 냉동 칵테일 새우, 청경채, 마늘, 청양 고추
직접 촬영
프라이팬 준비.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마늘을 함께 볶는다. 곧 새우도 투하한다. 새우가 노릇하게 익을 때쯤이면 나머지 야채를 몽땅 때려 넣고 볶는다. 이때 소스를 더해 준다. 피쉬 소스 한 둘레, 스리라차 소스 왕창, 캡사이신 가루 왕왕창. 청양고추는 마지막에 넣는다.
매운 게 너무너무 당겨서 청양고추를 들이붓다시피 했다. 평소엔 이 정도로는 안 먹는데. 스트레스가 쌓였나 보다. 혹시 이 글을 보고 갑자기 매큼 달달한 볶음요리가 땡겨 요리를 하러 가시는 분이 계실까? 맵기는 적당히가 좋다. 청양고추 잔뜩에 캡사이신도 왕창 뿌렸다가 다음날 속이 좀 쓰렸다.
그래도 맛은 있다. 대충대충 야매 자취요리지만 맛만 있으면 됐지. 야밤에 완성한 매큼달달 '매운새우청경채마늘볶음' 이다. 요리 이름은 직접 지었다. 내가 지었지만 솔직하고 좋은 이름이다.
매운새우청경채마늘볶음, 직접 촬영
새우는 매콤 새큼하니 탱글탱글하고 청경채는 아삭아삭 달달하다. 달콤한 듯했다가도 끝 맛에 얼얼한 매운맛이 확 올라온다. 이 정도면 성공이다. 제대로 매우면서도 피쉬 소스 덕인지 묘한 감칠맛이 있다. 맛있다! 유튜브를 보며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씁. 좀 더 많이 만들걸. 생각보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하고, 날씨도 꿀꿀해서 가슴 답답한 요즘이다. 이럴 땐 입안이 다 헐도록 매운 게 땡기곤 한다. 요리를 하고 보니 밤 11시 반. 매큼 달달 즉석요리 덕에 맛있는 밤을 보냈다. 이래저래 갑갑하고 입맛이 없다면 입맛 확 도는 매운 요리를 먹어보면 어떨까. 매큼한 감칠맛이 허한 가슴을 달래주기를. 마무리로 새콤매콤한 드로잉을 얹는다. 마무리까지 완벽한 야식의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