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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가연 Jul 11. 2022

교정의 고통

진짜 싫음...

간단한 회지나 잡지를 만들 때 큰 덩어리의 일은 보통 여름 방학에 몰리게 된다. 겨울은 연말 분위기라서 일이 의외로 잘 없고, 유독 여름이 매년 글로 바빴던 것 같다. 올해도 발간을 앞두고 교정을 보는데 이거 정말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매년 '것'과 '되어'가 문제를 만든다. 예술이나 건축 텍스트를 손보자면 반복되는 '~적', '~화되어'도 갈등의 요인이 된다. 교정의 원칙에서 과도한 번역투는 지양한다. '것'이나 '되어'는 꼭 필요하지 않은 이상 뺀다. '것'은 thing의 역이라는 게, 한국어에는 수동태가 없다는 게 '되어' 지양의 근거이다. '~적'과 '~화되어'의 반복 또한 이론서 원전의 대부분이 유럽어였기에 발생하는 문제다. 원칙이니까 일단 빨간 줄을 긋지만 마음은 영 찜찜하다. 이게 맞나 싶다. 현대의 한국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번역투를 사용한 번역서에 노출되고, 수준급의 영어를 사용하며 영어적 사고에 익숙한 자도 많다.


'이것', '그것', '저것'의 구분이나 '그', '그녀'의 구분은 또 어떤가. '너무', '생각'이 반복될 때 다른 어휘로 고쳐야 하는가, 아니면 글쓴이의 언어습관에 맞추어서 남겨두어야 하는가. 유독 여성이 쓴 글에서 자주 보이는 '~ 것 같다', '~수 있는 것 같다'는 머뭇거림은 존중해야 하는가 수정의 대상인가?


누가 문자를 발명했을까? 구어로 나누었을 때는 모두 이해할 수 있었는데... 책 대신 저자와의 만남이나 만들고 싶다. 글 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글에서 애매한 부분도 찰떡같이 이해가 되는데 보통 독자는 저자와의 개인적 접점이 없다. 그렇다고 교정을 안 할 수도 없다. 본문에 오류가 있으면 독자가 신뢰를 잃어버린다. 유료 구매한 책에 대한 기대치가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글을 향한 기대치보다 높다. 교정은 열심히 한들 티도 안 나지만 안 하면 다 티가 난다.


글 쓴 사람에게 피해만 주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누가 지적 받기를 원하겠는가? 원칙이기에, 지키지 않았을 때의 수치심이 더 크기에 일단은 따르지만 의문은 계속 생긴다. 옳은 문장이라는 규범이 얼마나 유효할지, 이 과정이 글 쓴 사람의 개성을 삭제시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 속이 쓰리다. 얼굴 보고 이야기나누면서 바꾸면 좋을텐데 구글 닥스로 줄을 좍좍 그으니 내가 했던 고민은 휘발되고 타의에 의한 개입만이 남는다. 교정을 어제 시작했고 앞으로 볼 글이 8편인가 더 남았다. 스트레스성 위염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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