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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산산책자 Jul 22. 2021

대중 매체의 변화로 바라본 MZ 세대

매체 별 사용자 및 총 광고비 변화 관점에서 바라본 대중 매체

본 글은 쏘프라이즈의 시즌 2 질문 <아무래도 난 달라, MZ세대> (https://soprize.so/question/55)에 선정된 답변 (https://soprize.so/answer/364)을 수정 및 보완한 글입니다.


대중 매체의 특징과 기원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모두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인구 집단 (demographic cohort)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현대 사회와 같이 복잡한 사회에서 동질적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MZ세대라는 키워드가 유행하는 상황을 보면 "조직의 의사결정 기준점으로 이러한 집단을 사용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나의 공통된 경험을 정하자면 대중 매체가 아닐까 싶다. 즉, 대중 매체는 같은 세대가 공유하는 비교적 균일한 경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는 가정이다.


이 글에서는 대중 매체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1975년~1995년, Z 세대는 1995년~2007년 그리고 그 이후 세대인 Alpha 세대는 2007년~현재로 정의하였다.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MZ 세대를 하나로 묶어서 보는 것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과거의 라디오, TV 방송, 신문과 같이 수많은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중 매체가 존재하던 과거와 다르게 오늘날은 대중 매체의 시대가 끝났다는 결론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대중 매체의 기원은 1830년대 미국의 페니 프레스 (penny press)이다. 페니 프레스 이전의 신문은 대중이 향유하기에는 값 비싼 매체여서 일부 계급만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한다. 페니 프레스는 제작 비용의 대부분을 상업 광고로 충당하여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혁신적인 신문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 수립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수많은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며, 대중은 페니 프레스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1850년대 발명된 증기기관 인쇄기로 페니 프레스의 부수 당 발행 가격은 더욱 낮아졌고 이러한 신문 비즈니스는 미국에서 성행하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뉴욕 타임스 또한 1851년 페니 프레스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상업 광고와 미디어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관계는 이후 라디오, TV, 그리고 현재의 온라인에 꾸준히 이어지고 더 고도화되고 있다.


주목 경제 (attention economy)는 사람들의 주의력을 한정된 자원으로 보고 미디어 산업에 경제학 모델을 적용하려는 시도이다. 디지털 매체가 도래한 이후로는 정보와 콘텐츠가 흘러넘치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의 주의력이 한정된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즉, 주목 경제에서 잠재적 고객의 주목은 자원이 된다. 사용자들은 정보나 재미를 얻기 위해 매체의 콘텐츠에 주목한다. 광고주들은 이러한 잠재적 고객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 특정 매체에 광고비를 지불한다. 실제 주목 경제 관점에서 바라볼 때 대중 매체의 비즈니스 모델은 페니 프레스에서 시작해서 현재 온라인 광고까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중 매체의 변화를 추적하기 위한 데이터

주목 경제 관점에서 대중 매체의 변화를 추적하기 위하여 두 가지 지표를 활용했다. 첫 번째는 매체 (혹은 플랫폼)에 존재하는 잠재적 고객 숫자이다. [표1 방송 통신 매체 보급률] 상업 광고는 많은 숫자의 독자가 있는 매체에 게시될 것이다. 잠재적 고객 숫자가 높다는 것은 대중 매체가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각 매체의 보급률을 통해 간접적으로 잠재적 고객 숫자를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실제 집행되는 광고비 비중과 실제 금액이다. [표2, 3, 4, 5] 매체별 광고비의 변화 양상은 어느 매체가 진정한 대중 매체인지 파악하는데 용이한 도구이다. 매체 별 광고비는 제일기획의 보고서를 모아서 시계열로 작성하였다.


[표 1] 방송 통신 매체 보급률
매체 별 광고비 비중 [표 2] 방송, 인쇄, 디지털 (왼쪽) [표 3] TV¸신문, 케이블, PC, 모바일 (오른쪽)
매체 별 광고비 총액 [표 4] 방송, 인쇄, 디지털, 총 광고비 (왼쪽) [표 5] TV, 신문, 케이블, PC, 모바일, 라디오 (오른쪽)


첫 번째 시기 1980년 ~ 2000년

인쇄 매체의 우위 아래 TV 방송이 독보적인 대중 매체로 성장한 시기

이 시기는 TV가 주인공이다. TV는 1970년대에 꾸준히 보급되어 라디오를 넘어 1980년에는 거의 모든 가정에 보급이 되어서 대중 매체가 되었다. 2000년에는 TV와 쌍벽을 이루던 전통의 신문을 넘어 대중 매체의 대표가 되었다. 동시에 인쇄 매체는 민주화 이후 상승 후 1994년을 기점으로 쇠락을 본 시기이다.


첫 번째 시기의 종점은 2000년으로 정하였다. 광고비 비중에서 방송 매체가 인쇄 매체를 이긴 시점이다. 이는 각 매체의 대표 주자인 TV가 신문을 이긴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면, TV는 언제 방송 매체의 대표 주자가 되었을까? 과거 권위주의 국가였던 한국이기 때문에 광고비 통계로는 이를 정확히 살펴보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서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방송 매체인 TV는 1970년대에 두 가지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1970년대 기간 동안 흑백 TV가 가정에 보급되면서 거의 모든 가정이 TV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1974년을 기점으로 TV 광고 비중은 30%를 넘었고, 라디오 광고 비중은 그 이후로 꾸준히 감소한다. 1980년에는 가구당 TV 보급률이 83.1%에 육박하였고, 가정의 컬러 TV 소유가 합법화되었다. 즉, 대중 매체로써 TV가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시작점으로 방송 매체인 TV가 대중 매체로서의 자리 잡은 1980년을 선택하였다.


1980년대에는 방송 및 인쇄 매체 모두 꾸준히 성장하지만, 제도적 민주주의가 성립한 1987년 이후로 인쇄 매체의 광고가 급격히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1988년 한겨레 창간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공론장 확대가 광고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되었지만, 이는 일부 계층에만 한정되었다. 디지털 매체의 확산은 1990년대 초중반 PC통신과 함께 등장하였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초고속 인터넷 도입이 되면서 PC통신은 사라졌으며 그 문화는 자연스럽게 인터넷 커뮤니티로 연결되었다.


두 번째 시기 2000년 ~ 2012년

인쇄 매체는 쇠락하기 시작하고 유무선 통신 접근성이 크게 발전하는 시기

두 번째 시기는 방송 및 인쇄 매체가 쇠락하면서 이외의 다양한 방송 매체 및 온라인 매체가 부상한 시기이다. 제약된 채널만 가진 지상파 TV의 한계를 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다. 먼저 해외에서는 성숙한 플랫폼인 케이블 방송이 가정에 보급되었다. 영상 압축 및 전송 기술 등의 발달로 스카이라이프와 같은 위성 TV, DMB와 같은 휴대용 TV, 그리고 인터넷 기반의 IPTV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했었다. 이 시기에 시작한 매체 중에서 IPTV를 제외한 거의 모든 플랫폼은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다 흡수되었다. 피날레를 장식하며 2012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 종료되었다. 세 번째 시기로 넘어가기 전의 기술적으로 중요한 시대이다.


이 시기에는 초고속 인터넷 및 2G, 3G 등으로 대표되는 무선 통신 기술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유무선 통신 인프라는 현재 스마트폰의 기반이다. 메시징 앱 (카카오톡), 소셜 네트워크 (인스타그램), 동영상 (유튜브)과 같은 기능은 모두 유무선 통신 기술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시기 2012년 ~ 현재

수많은 대중에게 도달할 수 있는 대중 매체는 사라지고, 디지털 매체가 비교 우위에 있는 시기

PC 및 모바일로 접근 가능한 디지털 매체가 주류 광고 매체로 자리 잡은 시기이다. 온라인 광고는 2010년 신문 광고를 넘고 2012년 TV 광고도 넘는다. 모바일 광고는 2010년부터 급격히 성장하여 2016년 모든 광고를 제치고 1등을 달성한다. 모바일 광고의 성장에 따라 케이블을 제외한 모든 매체의 광고가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를 기준점으로 삼아 디지털 매체가 기존 인쇄 매체를 넘는 2012년을 세 번째 시기의 시작점으로 하였다.


기존의 TV나 신문은 소수의 방송국과 신문사가 콘텐츠를 제작했지만, 모바일에서는 수많은 콘텐츠 제공자가 존재한다. 모바일 매체는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상황이 기본이다. 이제는 대중 매체라는 표현이 애매할 수도 있다.


이는 광고비 총액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표 5]에서 보면 현재 모바일 매체의 광고비는 3조 8,558억으로 기존 모든 매체의 최고 광고비 수주액 (신문 2조 3,185억 1996년, TV 2조 4,394억, 인터넷 2조 30억 2013년, 케이블 (종편 포함) 2조 17억 2019년)을 모두 뛰어넘을 정도로 매우 큰 금액이다. 이는 모바일이 이렇게 독보적인 광고비 규모를 보이는 것은 가구 단위로 사용했던 다른 기기와 다르게 개인 기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도 TV나 PC, 인터넷은 가구가 단위이지만, 스마트폰은 개인이 단위이다. 그런데도 광고 비중은 32.14%로 아직 TV나 신문이 달성했던 최고 비중을 달성하지 못했다. 게다가 2020년 기준 모바일을 제외한 TV, 신문, 케이블, 온라인의 광고 비중은 서로서로 비슷하다.


이는 기존 TV나 신문처럼 독보적인 대중 매체는 없으며 여러 매체가 동시에 독자의 개인의 주목을 두고 경쟁을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수많은 콘텐츠 제작자들은 플랫폼에서 꾸준히 경쟁하고 아마 앞으로도 여전히 대중 매체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거의 모든 유튜브 채널의 마지막 멘트인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과 같은 모습처럼 말이다.


결론

매체에 노출되어서 영향을 받을 최소 나이를 5살이라고 정했다. 이렇게 보면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시기가 5년씩 앞당겨져서, 밀레니얼 세대는 1975년~1995년, Z 세대는 1995년~2007년, Alpha 세대는 2007년~현재로 정의할 수 있다.


<기존 세대>의 관점에서는 <MZ 세대>는 자기들보다 젊은 세대이고 디지털 매체가 보편적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MZ 세대>를 하나로 묶어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부적인 양상은 크게 다르다. 핵심적인 차이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인쇄 매체의 쇠퇴가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를 가르는 2000년부터 일어났다는 점이다. 둘째, 개인적이고 파편화된 경험을 자랑하는 모바일이 보편화된 이후 광고비 양상과 매체 내 콘텐츠 제공자들의 경쟁을 보면 대중 매체라는 이름을 붙일 곳은 이제 사라졌다. 보편적인 경험은 점점 희귀해지는 게 아닐까 추정한다. 이런 면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가 겪은 대중 매체 환경은 그 양상이 매우 다르다고 추정할 수 있다.


디지털 매체는 시작부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극도로 활용하여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광고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이제 디지털 광고는 성장을 거듭해 메인스트림이 되었다. <MZ 세대>란 단일한 키워드는 개인화되고 파편화되어 다양성을 띠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해상도가 너무 낮은 도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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