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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지은 Mar 21. 2017

브런치 1년만에 첫 책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를 출간하며

초등학생 때 일기 써보셨죠? 몇 학년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일기를 잘 써서 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상을 받은 것 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수상작들을 모아서 학교 복도에 전시를 했거든요.

세상에나! 제가 쓴 일기를 전교생이 다 보게 된 거예요. 상상도 못 한 일이었죠. 저의 비밀을 다 들켜버린 것만 같아 어디로든 숨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 전시가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만을 기도했던 기억이 선하네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 글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준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20년도 더 지난 후에 책을 준비하면서 문득 그 시절에 제 일기를 봤던 친구들은 저를 어떤 아이로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이번에 출간한 저의 첫 책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역시 저의 제주살이를 풀어놓은 일기 같은 책이거든요.



누군가 볼 걸 알면서 쓰는 일기는 솔직해지기가 어렵잖아요. 저 역시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서 나약하고 초라한 모습은 감추고 싶었고, 어떤 면은 좀 더 멋지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글 앞에 솔직해지자'는 다짐을 몇 번씩 되뇌면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어요. 이 과정에서 제가 얻은 건 저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는 거예요. 평소에 했던 여러 가지 생각들도 한 번 더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런 과정이 제 삶을 더 단단하게 지탱하는 힘으로 돌아왔어요. 그 덕분에 한 꺼풀 더 솔직해지는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지난 몇 년 간 밀린 일기를 쓰듯이 지나온 제주살이의 여정을 써 내려가면서 한 가지 확신이 들었어요. 스스로 나를 믿고 인정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경계를 넘어설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는 생각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제야 겨우 달걀 껍데기에 작은 금을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 이때까지 글 쓰는 일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고, 지금도 여전히 글밥을 먹고 있지만 제가 글쟁이로서 특출 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겸손을 떨려는 게 아니라 정말 결정적인 순간마다 운이 좋았거든요. 글 좀 쓴다 하는 사람들이 시험 보러 오던 예대에도 작문시험보다 면접을 잘 봐서 합격했던 것 같고,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KBS 본사로 취직이 됐던 것도 면접을 잘 봐서 그랬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보다 똑똑하고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걸 잘 알았거든요. 암요, 인정할 건 해야죠.


그런데 제가 책을 내게 됐습니다. 당연히 고민이 깊었어요. '내 글의 장점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을 두고 한참 동안 머리를 싸매고 있을 무렵, 우연찮게도 여러 사람들로부터 똑같은 말 한마디를 연달아 들었어요.


작가님 글은 잘 읽혀요


제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보다 '막힘 없이 술술 잘 읽힌다'는 말이 더 기분 좋았어요. 재미라는 건 사람들 취향의 문제라 그런지 주변 사람들한테만 물어봐도 반응이 엇갈리곤 했거든요. 왜 누군가에겐 재미있는 소설이 또 어느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데 쉽게 잘 읽히는 글은 독자들한테 글 읽는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이야기 전달도 잘 된다는 말이니까 얼마나 좋아요?!


저는 평소에도 직설화법을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글도 '그냥 쉽게 쓰자' 생각했어요. 어찌 보면 이게 저의 글쓰기 원칙이었던 샘이죠. 막힘 없이 술술 읽혀서 몇 시간이면 뚝딱 끝낼 수 있는 책이요. 다 읽고 나면 이런 책 나도 쓰겠다 싶은 책 말이에요. 그리고 급기야는 '제주살이, 그까짓 거 나도 할 수 있겠다'싶은 마음이 든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써내려 갔어요.



한참 교정을 보던 기간에는 제 글을 소리 내어 읽었어요. 그냥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 시간이 곱절은 더 걸리는 일인데, 그렇게 읽다가 막히는 문장은 조사 하나, 단어 하나도 최대한 익숙한 말로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흔적들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어색함 없이 읽힌다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2월에 처음으로 브런치를 쓰기 시작했고, 초가을 무렵에 출간 계약을 맺었고, 겨울 내내 본격적으로 책을 준비하면서도 예정대로 책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어요. 봄에 책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신없는 겨울을 보냈는데, 정신 차려보니 3월이더라고요. 인터넷 서점에 제 책이 등록된 걸 보면서도 마냥 신기하고 믿어지지 않았는데, 며칠 후에 실물 책을 받고서 얼마나 뭉클했는지 몰라요.



제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나온다는 건 그저 막연한 꿈같은 일이었는데, 이 모든 기적은 브런치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이토록 기쁘고 행복한 날을 선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동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신 독자님들과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브런치 독자 여러분들께 10권의 책을 보내드릴까 해요.

참여 방법은 이 게시물을 SNS에 공유하신 후에 댓글로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참여 기간은 4월 1일 만우절까지로 하고요, 발표는 4월 2일에 할게요. ^-^


★ 이미 책을 구입해주신 분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영풍문고 화제의 신간 섹션에 소개된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
반디앤루니스 낯선 곳을 향한 설레임 섹션에 소개된 <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

 

제주도에 대형서점이 없어서 못 가보는 게 아쉽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찍어 보내준 대형서점 진열대의 모습이에요. 전국의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에서 모두 구매하실 수 있어요. ^-^




Special thanks to


언제나 잔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익명을 원하는 내 동생 JS, 오랜 친구 은정이, 창숙이, 주희, 미선이, 만날 때마다 마음을 밝혀주는 자윤 언니, 서윤 언니, 명희 언니, 라라무리를 지키며 용기를 준 셔리 킴, 제 책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인 원동민 작가님, 이젠 둘이 되신 자토 작가님, 정성 어린 손편지와 선물 보내주신 강지혜 작가님, 전주에 있는 은수 작가님 우리 꼭 만나요. 아쉽게 기회를 놓쳐 못 만난 청민 작가님과 호주에 간 하치 작가님, 캄보디아에 계신 깜똘이 작가님께도 응원해주셔서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를 믿고 기다려주신 처음북스 전유진 편집자님, 이상모 편집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늘 저보다 바쁘고 열심히 해서 존경스러운 성수 오빠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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