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초로 읽은 책이 무엇인지 기억할 리 없지만 월간지 <꿈나라>는 기억 속 가장 오래된 책 중 하나이다.
당시 다니고 있던 육영재단 산하의 유치원에서 월말쯤 나눠주던 잡지였는데 유치원 전, 후의 권들도 있던 걸 보면 판매도 되었던 것 같다.
고른 인기를 누린 <어깨동무>, <소년 중앙>, <보물섬> 등은 발행 기간만큼 오래 기억되어 왔다. <꿈나라> 또한 이십여 년 가까이 꽤 오랜 발행되었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미취학 어린이 대상 고품격 그림책 월간지’를 표방한 이 월간지는 국내 창작동화, 외국동화, 우화, 위인 이야기, 짧은 과학이야기, 동요 또는 동시 각각을 한편씩 실어 한 권으로 구성되곤 했다. ‘1970, 80년대의 육영재단’ 산하 간행물이어선지 콘텐츠가 고급스러운 편이다.
이 잡지를 좋아한 이유는 엉뚱하게 끝나는 독특한 분위기의 동화들 때문이다. 이 엉뚱한 엔딩들이 일방적인 축약 편집 때문이라는 건 성인이 된 후 알게 되었다.
<마우루스의 모험>처럼 시리즈로 나누어 실리기도 했지만 대개는 잘 편집된 요약본 형태로 게재되었다. 성인이 된 후 찾아보니 역시나 칼데콧, 볼로냐의 수상작들이 많았다. 개성 있고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유년시절의 책이란 아무래도 그 나이대에 가장 큰 확장성을 발휘하는 세계이다.
인생의 작은 부분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시절처럼 단선적인 편집지였지만 인생이 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듯 공주님 이야기가 아닌 무수한 동화들을 이 잡지를 통해 읽었다.
어떤 의혹도, 아무 걱정도 없이 꿈같던 유년시절의 책이다.
@출처/ 월간 꿈나라 (육영재단, 1975-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