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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Nov 20. 2015

꿈나라, 이달의 선물처럼 풀러 보던 월간지


인생 최초로 읽은 책이 무엇인지 기억할 리 없지만 월간지 <꿈나라>는 기억 속 가장 오래된 책 중 하나이다.

당시 다니고 있던 육영재단 산하의 유치원에서 월말쯤 나눠주던 잡지였는데 유치원 전, 후의 권들도 있던 걸 보면 판매도 되었던 것 같다.

고른 인기를 누린 <어깨동무>, <소년 중앙>, <보물섬> 등은 발행 기간만큼 오래 기억되어 왔다. <꿈나라> 또한 이십여 년 가까이 꽤 오랜 발행되었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미취학 어린이 대상 고품격 그림책 월간지’를 표방한 이 월간지는 국내 창작동화, 외국동화, 우화, 위인 이야기, 짧은 과학이야기, 동요 또는 동시 각각을 한편씩 실어 한 권으로 구성되곤 했다. ‘1970, 80년대의 육영재단’ 산하 간행물이어선지 콘텐츠가 고급스러운 편이다.


이 잡지를 좋아한 이유는 엉뚱하게 끝나는 독특한 분위기의 동화들 때문이다. 이 엉뚱한 엔딩들이 일방적인 축약 편집 때문이라는 건 성인이 된 후 알게 되었다.

<마우루스의 모험>처럼 시리즈로 나누어 실리기도 했지만 대개는 잘 편집된 요약본 형태로 게재되었다. 성인이 된 후 찾아보니 역시나 칼데콧, 볼로냐의 수상작들이 많았다. 개성 있고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미취학 어린이 대상 월간지. 연말에는 12월호 외에 특별판인 송년호가 별도 발행되었다.
외국동화들은 주로 요약된 편집본 형태로 실렸다.
다음 이 시간에..의 아찔함은 이때부터
발간 당시 집권 정부의 캐치프레이즈. 그때도 이런 홍보물에는 한결같이 흥청망청이던 육영재단의 즐거웠을 시절;;


유년시절의 책이란 아무래도 그 나이대에 가장 큰 확장성을 발휘하는 세계이다.

인생의 작은 부분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시절처럼 단선적인 편집지였지만 인생이 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듯 공주님 이야기가 아닌 무수한 동화들을 이 잡지를 통해 읽었다.

어떤 의혹도, 아무 걱정도 없이 꿈같던 유년시절의 책이다.





@출처/ 월간 꿈나라 (육영재단, 1975-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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