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의 중요성에 대하여
좋은 논문을 읽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 low-quality 논문을 읽으면 이상한 연구가 기준점이 될 것이고, high-quality 논문을 읽으면 좋은 연구가 기준이 될 것이다. HCI 분야에서 좋은 페이퍼는 CHI, CSCW, UbiComp, UIST 정도이고 (https://scholar.google.es/citations?view_op=top_venues&hl=en&vq=eng_humancomputerinteraction), 처음 HCI에 발을 들인 사람은 이 4가지 컨퍼런스의 페이퍼로 HCI 연구에 발을 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처음에 CHI논문으로 "아 이런게 HCI분야에서 이슈구나", "아 이런식으로 연구를 하는구나"를 익혔었던거 같다.
왜 좋은 페이퍼를 읽는 것이 중요할까? 좋은 페이퍼에는 한편의 제대로 된 연구 과정이 담겨있고, 이를 통해 초심자가 연구라는 것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연구 과정이란 단순히 페이퍼의 results 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들이 어떤 모티베이션을 갖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 모티베이션을 어떻게 구체화된 연구문제로 클리어하게 정리했는지, 가설이 있다면 무엇에 근거하여 가설을 세웠는지, 연구문제/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어떻게 연구를 과학적으로 디자인했는지, 이 연구 디자인을 정말 valid하게 검증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통계 방법은 뭘 쓰는지, 해당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런 모든 프로세스가 과연 논리적이고 글, 그림, 표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서술되고 전달이 되었는지 등을 하나의 페이퍼를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다. (물론 페이퍼를 제대로 읽기란 너무 어렵다. 초반에는 전체적인 플로우보다 연구 결과에 신경이 쓰여지는 것도 초심자로써 어쩔 수 없는 부분인거 같다. 어떻게 페이퍼를 읽는가가 정말 중요한데 이거를 배우기 정말 힘든 것도 사실이고.. 페이퍼 읽는 팁에 대해서는 차후 포스팅할 예정.) 그리고 그렇게 눈을 높여두면 아 나도 어떤식으로 해당 분야를 연구를 해야겠다는 감이 생기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리서치 주제와 방식을 수행하는 나의 연구자로서 롤모델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모든 CHI페이퍼가 좋은건 아닐꺼다. 논문은 일반적으로 1. Originality, 2. Validity, 3. Generalizability에 의해 평가가 되는데, 그래도 이 세 가지 기준 중 어딘가에 좋은 점수를 받아기에 CHI에 실렸을 것이다 (1. Originality, 2. Validity, 3. Generalizability, 이 세 가지 기준에 맞춰서 나의 연구 성향을 분석하고 내 연구 노선을 정하는 전략을 짜는 것도 괜찮다. 이것도 나중에 포스팅 할 예정). 그럼에도 좋은 연구자는 좋은 페이퍼를 쓰는 것은 정말 확실하다. 내가 좋아하고 롤모델로 삼는 연구자들은 "아 나도 이렇게 연구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연구를 하고, 그걸 논문을 통해서 연구자 커뮤니티와 쉐어 한다.
그리고 연구자로서 자신이 좋은 페이퍼를 쓰는게 중요하고, 난 개인적으로 그게 연구자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페이퍼만큼 내가 기존의 연구에 힘입어 어떤 연구를 했고, 어떤 새로운 빌딩블록을 추가 했는지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공유하는 매체가 과연 있을까? 다소 과감히 얘기하자면 나는 자신의 연구주제에 대한 제대로 된 (엄선된 피어리뷰를 거친) 페이퍼 없는 연구자를 과연 아카데믹 차원에서 연구자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에 반문을 가진다면 페이퍼 이상의 내가 어떤 연구를 했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과연 무어냐고 묻고싶다.
그리고 국내 박사로서 페이퍼를 잘 쓰는 것은 내가 해외 유수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어쩌면 가장 쉽고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어쩌면 멀게만 느껴졌던 지구 건너편 연구자들이 내가 페이퍼를 하나씩 쌓아올림으로써 가까워지고, 페이퍼는 그들과 고리를 엮을만한 명분이 그리고 나의 대변자가 되어준다. 연구자로서 장점?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가 좋은 연구를 한다면 (전제조건)"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뻗을 조금의 적극성만 있다면 나는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전세계 연구자들과 적어도 얕은 동료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페이퍼를 쓰지 않는다면 나는 그냥 한국에서 공부를 하는 미래가 불투명한 박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가 좋은 페이퍼를 꾸준히 써내려간다면 나는 글로벌 아카데믹 바운더리의 일부가 된다.
물론 국내에서 좋은 저널/컨퍼런스에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어렵다. 솔직히 무엇이 좋은 글인지 판단하는 눈만 갖추는데 정말 오래 걸린거 같다... 아니 더 중요한건 내 스타일의 페이퍼를 모르고 걍 아무 생각없이 읽었던듯.. 내 결의 연구가 있는데 그 결에 대한 기준이 없었지.. 제대로 된 페이퍼 하나를 쓰는데 정말 많이 not accepted 를 받았다. 그러나 결국 하나의 제대로 된 페이퍼를 쓰게한 것도 나에게 불합격을 날린 리뷰어들이었다. 받을땐 빡치지만 주위에 좋은 리뷰어 가뭄인 상황에서는 사실 가장 좋은 내 동료인 셈이다. 그리고 연구를 하고 사용자 조사를 하는 것과 논문을 쓰는건 또 완전히 다른 얘기다. 주변에 선행사례가 없었고, 정말 너무 많은 삽질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떨어지면 그냥 때려친다고 생각했을 때, 괜찮은 페이퍼를 썼고, 괜찮은 평을 받았다. 불합격의 기간은 길었지만 (물론 미화일 수도 있으나) 그런 삽질의 시간 때문에 나는 주체적으로 a-z까지 연구를 그래도 할 줄 알게 된거 같다.
까먹지 않게 나중에 쓸 포스팅 주제 정리
1. 페이퍼 읽는 팁
2. 연구 팁: Originality, Validity, Generalizability 관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