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보기 좋은 영화들을 리뷰하고 소개합니다. 기본적으로 내용과 결말을 자연스럽게 누설하오니
원하지 않으시면 주의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워터 릴리스(2007) 83분, 15세, 시리즈 온 2500w
국내 개봉 20/08/13
감독 셀린 시아마
줄거리
10대 소녀 <마리>는 우연히 수영부의 싱크로나이즈 경기를 보고 <플로리안>에게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동시에 어딘지 속을 알기 어려운 <플로리안>
<플로리안>은 자신의 싱크로나이즈 연습을 보고 싶어 하는 <마리>의 부탁을 받아들이고 <마리>의 관심에 응하는 동시에 남자 친구 프랑수아와의 관계 역시 지속하는데...
<플로리안>의 진심은?
워터 릴리스를 보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도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싱크로나이즈 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플로리안.
재미있게도 꽃에 관련된 이름 덕분에 온갖 벌과 나비 (남자들과 마리, 그 외의 여성들도, 비록 호의는 아닐지언정)가 그에게 날아듭니다. 마리는 플로리안에게 진지한 호감을 갖고 있지요. 애정이라고 봐도 충분하며, 어쩌면 첫사랑입니다. 그에 비해 플로리안의 마음은 얼핏 봐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마리와 마리의 친구인 안나의 시점으로 전개가 되기 때문인데요, 사실 잘 살펴보면 이 영화가 '소녀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고, 소녀는 커녕 성인 여성처럼 느껴지는 플로리안도 마리와 안나의 또래에 불과합니다. 결코 속 마음이 표현되지 않지만 플로리안 역시 성장하면서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믿는 관문(실제로도 그러한)을 통과하고 싶어 하며, 생각도 많고, 변덕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플로리안은 정말로 마리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플로리안과 마리는 무슨 사이 일까?
플로리안이 마리를 이성처럼 여기지는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호의는 가지고 있습니다. 동성 친구가 적은 플로리안에게 마리는 친구 같기도 하고, 또 자신을 좋아하니까 이성 같기도 한 특별한 사람이죠. 다만 플로리안은 마리를 결코 원하지 않고, 또 선택하지 않습니다.
아래 두 장면에서 그 암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첫 관계를 해버리고 싶다며 마리와 함께 춤을 추러 간 플로리안이 키스할 듯 마리에게 접근하려 할 때, 낯선 남자가 합세하고 플로리안은 마리에게서 멀어지다.
(2) 수영부 파티, 화장실에서 키스를 한 마리에게 플로리안이 했던 매정한 말.
남들이 플로리안을 무심하게 다루듯이 (남자 친구인 프랑수아, 마사지를 해주는 남자, 수영부 차에서 돈을 받은 남자, 춤을 추며 등장한 남자 등 많은 사람들이 플로리안의 겉모습에 이끌려 험담을 하거나 이성적으로만 접근을 하죠. 플로리안의 마음 따위는 다들 상관없습니다.) 플로리안 역시 그렇게 마리를 대했을 뿐입니다. 어찌 보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나 서툴게 느껴집니다. 플로리안은 아주 먼 훗날 후회를 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플로리안이 희미하게 인지하고 있듯이 플로리안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정말로 지독한 열병으로 그가 해달라는 건 뭐든 하고 말 정도로 진지한 건 마리뿐이거든요, 비록 처음엔 즉시 싫다, 안 한다고 말하면서도.
수영장 물에 떠 있는 마리와 안나
마리와 안나는 각각 플로리안과 프랑수아에게 상처를 받고, 수영부 파티에서 떠났습니다. 마리는 플로리안의 거절로 인해, 안나 역시 비슷한 거절을 받았지만,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였죠.
영화 도중에 나온 천장 테마가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집니다. 첫사랑의 상처를 겪은 둘은 이제 소녀에서 벗어나 성장을 했습니다. 앞에서 나온 천장의 설명에 의하면 정확히는 소녀 시절이 끝났다, 소녀는 죽었다는 암시입니다. 이렇게 영화는 엔딩을 맞이합니다.
그럼에도 역시 궁금증은 남습니다.
수영부 파티에서 계속 춤을 추고 있는 플로리안은...
마리와 안나는 성장할 테고, 프랑수아조차 안나의 일 덕분에 사람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겁니다. 그러나 플로리안만은 여전히 그대로, 영원히 그 모습으로 있을 것만 같습니다.
모두가 플로리안이 꽃이길 기대하고, 바랐으므로 (남자와 방탕한 관계를 갖는 플로리안, 인기가 많은 걸 즐기는 플로리안...) 그가 그런 모습을 선택한 것이겠지요. 플로리안은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쌉쌀해지는 장면입니다.
마치며
산뜻한 여름이 느껴지는 일렁이는 수영장,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리본 끈이 팔랑이는 선풍기, 플로리안이 먹다 버린 사과를 깨물며 탐닉하고,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위해 산책을 핑계로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는 열정과 소녀들의 사랑과 성장의 고통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삽입된 모든 소리는 자연적이며 부드럽게 마음에 스미고, OST 역시 훌륭합니다. 세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감상하고 싶은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