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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필로우 Nov 22. 2023

둘째아이에게 책 못 읽어주는 미안함

둘째는 첫째랑 두살 터울이고 첫째가 엄마 욕심이 많아서 자기 책 10권을 읽어줘도 단 한 권도 동생에게 시간을 허락하지 않아, 둘째에게 그 동안 책육아는 불가능했고 무릎에 앉혀서 읽어준 시간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책과 친하지 않고 책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책 읽는 시간에 단 1초도 책을 쳐다보지 않는 둘째에게 늘 미안했다. 


얼마 전에는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담임선생님의 피드백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 둘째가 색깔을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이렇게 기본적인 색깔 중에 단 한개도 모른다는 거였다. 믿을 수가 없어서 하원 후에 물어보니 진짜 단 하나의 색깔도 알지 못했다. 


다른 것에는 기억력이 좋아서 색깔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돌이켜보니 둘째를 위해 발달 개월수에 맞게 내가 해준 게 전혀 없었다. 오빠 하원시간이 5시다보니 둘째를 4시 30~40분 정도에 데려오니 하루종일 어린이집에 있다가 오고, 7시가 되면 취침하니 엄마와 소통할 시간이 턱 없이 부족했던 거다. 돌이 되기 직전에 어린이집을 보냈기에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으니 개월수에 맞게 발달이 더 잘 되겠지, 어린이집에서 잘 배워오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첫째가 아빠랑 목욕탕에 간 사이에 오롯이 둘째만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처음 가졌다. 12권 정도 읽었다. 쉬지 않고 읽어달라고 하는 둘째를 보니 마음이 짠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세살 아기구나 하고 섣불리 속단한 내 마음을 아이가 알기라도 할까봐 너무 미안했다. 


아가야 앞으로 오빠한테 쏟는 책읽기 정성만큼 우리 둘째한테도 노력할게. 엄마가 더 부지런해질게! 우리 아기에게 책을 더 많이 읽어주고 싶으니 하원 시간을 좀 더 당기는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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