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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식이 Dec 19. 2017

듀체스 드 부르고뉴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함께 나이를 먹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보는 일.
상대를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뜨겁고 차가운 계절을 함께 나는 일.


그러니까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건 지나고 보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겁니다.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3년 차 젊은 부부의 지붕 낮은 집에 첫눈이 내리던 날, 부부는 조금 특별한 식사를 준비합니다. 늘 정성스레 밥상을 차려주는 아내를 위해 남편은 고기를 굽고 아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준비합니다. 18개월 동안 오크통에서 와인처럼 숙성한 벨기에의 맥주, 듀체스 드 부르고뉴는 크리미한 거품 아래 맑고 가벼운 텍스쳐의 붉은 액체를 숨긴 반전 매력이 있습니다. 듀체스 드 부르고뉴를 사워 비어라고도, 람빅이라고도 하지만 그 어디에도 분류할 수 없을 것 같은 독특한 과일향과 신맛이 자꾸 더 먹고 싶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진한 향이며 달달한 맛이 스위트한 레드 와인을 마시는 기분도 듭니다. 농후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 산뜻한 마무리의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와도 아주 잘 어울리네요. 두툼하게 자른 고기를 상큼한 레몬 소금에 톡 찍어 한 입 가득 넣고, 듀체스 드 부르고뉴를 꿀꺽, 꿀꺽, 크게 다섯 모금 마셔봅니다.


나쁘지 않아요. 아니, 사실은 아주 좋습니다.
오늘 저녁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더에이징

www.the-ag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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