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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균 Feb 05. 2016

박새별 정규 1집 [새벽별]

박새별 1집

 군에 입대하기 전엔 참 잉여로웠다. 적성과 무관한 전공을 택한 탓에 대학이라는 곳 자체에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고, 그로 인해 말 그대로 '아웃사이더'의 스무살을 보내게 됐다. 강의가 끝나면 곧장 집에 오기 일쑤였고, 강의에 출석하는 날보다 결석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렇게 혼자가 된 무수히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끝에 새로 나온 앨범들을 1분씩이라도 다 들어보기로 했다. 그때가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였으니 아마 그때 새로 나온 앨범 중에 절반 이상은 들어봤던 것 같다.
 대부분의 노래들이 1분 뒤면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그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노래들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 노래를 듣던 당시의 날씨, 감정들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함께 했으면 추억이 자리 잡았을 곳에 음악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이 앨범을 듣던 날은 왠지 모르게 우울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주변의 모든 것이 무거웠다. 공기도 무겁고, 분위기도 무거웠다. 무언가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 들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갑갑한 상태에서 듣게 된 앨범이었다.



  1. 그대는 아는지

  2. 사랑인가요

  3. 엄마는 다알아

  4. 솜사탕 (feat. 루시드폴)

T. 물망초

  6. 잃어버리다

  7. 괜찮아요 (feat. 정수욱)

  8. 해피송 (feat. 페퍼톤스)

  9. Remember me

10. Seasky


 지나치게 심플하기 그지없는 앨범아트에 들을까 말까 고민하다 앨범명이 너무 예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새벽별>이라니. 따로 떨어져 있어야 할 두 단어를 붙여놓으니 기존에 없던 새롭고도 신비한 단어가 생겨났다. 이 앨범 역시 그랬다. 전혀 다른 앨범에 속해있을 것 같은 노래들이 한 앨범에 모이니 기존에 없던 새롭고도 신비한 모습으로 다가왔었다.

 사실 이 앨범 전에 <Diary>라는 미니앨범이 출시됐었지만, 개인적으로 그 앨범의 수록곡 중 마음에 드는 곡은 '참 아름다워'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1년 후, 그녀가 낸 정규 1집의 수록곡은 마음에 드는 곡이 전부였다. 전부. 모든 노래가 다 좋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곡을 꼽으라면 여지없이 '물망초'다. 사실 이 곡은 수록된 곡들 가운데 가장 슬프다. 데뷔 앨범에 이런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슬픈데, 계속 듣다 보면 새벽별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림과 동시에 새벽별을 보며 떠오르는 무언가를 가장 잘 전달하고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무언가는 듣는 이마다 다를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엔 노래가 시작될 때 나오는 기타 선율만 들어도 자연스레 눈을 감곤 했다. 주로 자기 전에 이 노래를 들으며 밤마다 했던 수많은 생각들이 잊혀지질 않는다. 그때 내 머릿속에 남아있던 사람들, 순간들, 고민들이 물망초처럼 피어오른다. 새벽별과 함께.


 가끔 이 앨범에 관한 평을 보면 각각의 곡들은 정말 좋은 곡들이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로 비춰봤을 땐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평들도 꽤나 있다.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나 추천해주고픈 앨범이다. 특히 그 대상이 여성일 땐 더더욱.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목소리로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녀의 노래들 가운데 한 곡만큼은 언제나 추천해준 여성의 취향을 저격한다. 어찌 보면 남자보단 여성향에 가까운 노래들이지만 사실 성별에 상관없이 누가 들어도 좋아할 만한 곡들이 정말 많다.


 한번 들으면 눈을 감아도 떠오를 것이다. 밝게 빛나는 새벽별과 그 빛에 슬며시 고개를 든 물망초가.




https://youtu.be/-O_K4pYpp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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