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루티스트 정혜연 Jun 28. 2023

파리지엔느와 히키코모리 그 사이 어딘가 Ep.17

17. 저 졸업할 수 있는 건가요?(2)


Shut down

Confinement

봉쇄령


 살면서 이런 단어를 몸소 체험할 날이 언제 있을까.

 모든 것이 멈춘 나라. 마트의 물건은 텅텅 비고, 거리엔 사람이 없다. 나는 평소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데,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세계 종말이 오거나 좀비가 출현이라도 한 듯 식량을 구비해 두고 문을 걸어 잠근 우리들. 인터넷은 끊기지 않은 현실세계에 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일까.


 봉쇄로 인해 학교는 원격 수업을 진행했다. 매달 돈은 꼬박꼬박 내지만 비가 오면 온몸이 쑤시는 것 마냥 인터넷 연결도 간당간당한 파리.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방법을 찾는다.

 작은 핸드폰으로 영상통화를 걸어 선생님을 마주한다. 우리는 한 템포씩 늦어지는 사운드를 뒤로 하고 각자의 할 말을 내뱉는다. 사람의 말소리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인터넷이 악기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기대였나 보다.

 그러나 이런 악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노력한다. 수업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 화면으로 만난다. 소리가 전달되지 않으니 수업 전에 따로 녹음을 해서 교수님께 보낸다. 사실 이 녹음 때문에 실력이 늘긴 했다. 녹음만큼 투명한 가르침을 주는 스승은 없다. 녹음된 내 소리를 들어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다시 불고 또 분다. 그렇게 우리는 격리 중에도 내 할 일에 충실한다.

 



 그러나 격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졸업에 대한 불안함이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수업 이수에, 졸업에, 문제가 없는지 걱정했다. 학교도 처음 겪는 일이라서 처음부터 뾰족한 대안과 답이 있지 않았기에 우리 모두 카더라식의 정보만을 나누며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유학 커뮤니티에선 급하게 한국으로 귀국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도 이 타지 생활이란 외롭고 힘들기 짝이 없을 텐데, 완전한 고립은 패닉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게다가 코로나 상황이 정말 심각하던 때라 그 무서움이 더 극에 달았으리라.


 그러나 나에게 다른 옵션은 없다. 나는 이 불안함을 견디며 해야 할 일들을 스스로 찾아, 이 혼돈 속에서 무사히 졸업을 했다. 학교도 학생들을 위한 나름의 방법을 강구하고, 나 또한 행정에서 놓친 것이 있진 않은지 늘 체크하며 긴 시간을 보낸 6월 어느 날, 꿈에 그리던 졸업장을 유학 4년 만에 얻어냈다.


 참으로 기나긴 시간이었다.

 유학생활을 하며 느낀 것 중 가장 큰 것은, ’ 세상은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다.

 아무리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해도 안될 일은 안된다. 결과는 최선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현실이다.

 그러나 최선마저 하지 않았다면 분명 후회가 따라올 것이고,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고로 나는 내 공부에 있어 아쉬움은 없다. 나는 할 만큼 했고 그걸로 끝이다.


 이런 경험을 해서인지, 나의 좌우명은 어느새 ’ 내게 주어진 일들은 최선을 다해서 하되, 나머지는 주님께 맡기자 ‘가 되어버렸다.


 물론 귀국을 한 후 새로운 일들을 겪으며 기둥이 쉽게 흔들릴 때도 있지만, 나의 이 유학생활의 경험들은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아, 살아가는 내내 큰 용기와 가르침을 줄 것이다.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뜻하는 바를 이루고 돌아왔는데, 고국에서, 가족품에서, 무엇이든 못하리.



참 오랜만에 글을 써본 오늘..


작가의 이전글 파리지엔느와 히키코모리 그 사이 어딘가 Ep.1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