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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하는 일상 Dec 24. 2021

크리스마스 스페셜

크리스마스 맞이 베이킹

매년 가장 기대하는 날은 내 생일이 아닌 크리스마스다. 특별히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신앙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겨울이라는 계절과 캐롤, 크리스마스의 아늑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리스마스에만 먹는 음식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먹는 것보다는 그것을 준비하고 요리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크리스마스 자체도 그날보다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날들이 설레는 것처럼. 

크리스마스 당일에 만들 음식들은 아직 기다리는 중이지만, 일단 크리스마스 일주일 정도 전부터 조금씩 베이킹을 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올해 크리스마스 베이킹 리스트는 이렇다:

1. 진저브레드쿠키

2. 버터쿠키

3. 핑거프린트쿠키

4. 호두&피칸 파이

5. 크리스마스푸딩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 호두&피칸 파이까지 완성했고, 크리스마스푸딩을 크리스마스날 아침부터 준비를 할 예정이다. 생각보다 준비 시간을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4시간 동안 조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일들을 하면서 틈틈이 살펴봐야 하는 디저트다.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간식은 진저브레드쿠키다. 매해 만들고 있으며 매해 조금씩 다른 레시피들을 시도해보고 있지만 맛은 솔직히 매번 똑같이 나온다. 이번에 새로운 게 있다면 새로운 집에서 처음 만들어보는 쿠키였고 오븐도 처음 서보는 것이었다. 결과만 말하자면 올해의 진저브레드쿠키는 썩 좋은 모습이 아니다. 여러 번 쓸수록 점점 뜨거워지는 오븐은 같은 온도로 설정을 해두어도 온도가 높아져 뒷면이 탄 쿠키들이 여럿 나왔기 때문이다. 쿠키를 구우면서 무슨 저런 오븐이 다 있냐고 욕을 했지만, 그래도 나는 마지막에는 오븐을 조금 더 똑똑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난 아직도 이 처음 보는 오븐과 친해지는 중이다.


쿠키 반죽들은 모두 같은 날에 준비했다. 버터쿠키와 핑거프린트쿠키는 유사한 레시피를 사용하면서도 다른 맛이 있어서 좋아하는 쿠키들이다. 그리고 나름의 추억이 담긴 쿠키들이라 이제는 초코칩 쿠키보다 더 좋아하는 쿠키들이 되었다. 이 두 가지는 쿠키는 애초에 많은 양을 만들지 않았기도 했지만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알아온 친구들에게 선물용으로 몇 개를 보내고 집에서 가족들과 먹다 보니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다 먹어버렸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때까지 버틴 쿠키는 진저브레드쿠키다. 진저브레드쿠키 반죽은 대부분의 레시피가 많은 양을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믿을 수 있는 간식이기도 하다.

(진저브레드쿠키를 향한 나의 찐사랑...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해....)



크리스마스이브는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예전에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가서 돌아다니기 바빴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은 집에서 요리를 하거나 영화를 보고 선물을 준비하며 보내는 시간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이 아닌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을 거하게 준비했던 적도 있었고 크리스마스 당일에 할 요리들을 미리 준비해놓은 적도 있었다. 올해는 소소한 베이킹을 하면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기로 했다. 처음 만들어 보는 디저트라 나에게는 생소하지만 너무 많은 베이커리에서 팔기 때문에 모두에게 너무도 익숙한 두 가지 파이를 합쳐 호두&피칸파이를 만들어 보았다(호두 자체는 많은 견과류 중 많이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호두라는 이름은 정말 귀여운 것 같다). 그리고 올해 여름쯤에 동네 빵집에서 사서 먹었던 호두파이에 적잖이 실망한 상태여서 조금 기대하면서 만들었다.

아직 파이는 식히고 있는 중이지만, 진저브레드쿠키도 거의 다 떨어져 가는 지금, 나의 간식 창고를 다시 채울 수 있는 파이를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난 이 파이를 만들면서 내 오븐과 조금 더 친해졌다. 이제 어떻게 써야 잘 사용할 수 있는지 알게 된 것 같다. 

여러 레시피를 보며 여러 재료를 섞어서 만든 파이가 제발 맛있길 바라면서 오늘은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기다려본다. 사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이런저런 장식을 사서 방에 달아보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캐롤을 듣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이 나에게는 기다림의 시기인가 보다 하고 마음을 놓고 있다. 조금씩, 천천히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예전처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부푼 설렘을 느끼고 즐거움을 쌓아갈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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