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by 구름 위 기록자

'잊지 않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몇 줄의 기록을 남긴다.'


記錄은 삶의 증거다.

일기를 쓰는 일은 이제 내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매년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마음에 드는 일기장을 고르는 것이다.
종이를 넘겨보고, 펜이 맞닿았을 때 부드럽게 잘 쓰일지를 살펴보며 다짐을 적어낼 공간을 고른다.

누군가에게 개인적인 선물을 할 일이 생기면, 나는 예쁜 수첩이나 메모장을 꼭 챙긴다.
기록하는 일의 매력과 위로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자연스레 추천하고 싶어진다.

기록을 하다 보면, 마치 시간을 내가 조율하는 느낌이다.
과거를 돌아볼 수 있고, 현재를 정리할 수 있으며, 미래를 꿈꾸게 된다.
메모 하나가, 일기 한 줄이, 내 시간을 품고 흘러간다.


17살, 유학길에 혼자 올랐을 때 처음 썼던 일기장이 아직도 집에 남아 있다.
조금 외로웠고, 많이 흔들렸고, 실수투성이였던 시절.
그 시절, 내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유일한 친구는 일기장이었다.

일상의 사소한 일들,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던 고민들, 가끔은 외로움까지
모두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담겨 서랍 속에 고이 쌓여 있다.


어느 한 권은, 첫 연애를 하며 쓴 일기장이다.
그 안엔 세상 모든 달콤한 말들이 가득하다.

또 다른 한 권은, 지금도 펼치기 망설여질 만큼 마음이 저릿한 기록들이 담겨 있다.
부정적인 생각, 사춘기의 날 선 감정들, 막막했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 종이는 지금도 그 자국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의 나도 일기 속에서는 솔직했고, 지금은 오히려 토닥여주고 싶다.

졸업 후 첫 직장을 다닐 때는 회사 일지를 썼다.
그땐 하루하루가 무척 더디게 흘러간다고 느꼈지만,
그 노트를 다시 펼쳐보니 나는 분명히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해야 할 일, 준비했던 것들, 그날의 감정까지…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만약 그 모든 기록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그때를 이렇게 생생히 기억할 수 있었을까?

기뻤던 날엔 다시 한번 감사할 수 있고,
슬펐던 날엔 그 시절의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다.
그건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기장.


그 속엔 잊고 지냈던 나, 꿈꾸던 나, 눈물 흘렸던 나, 그리고 웃던 내가 담겨 있다.
가끔 페이지 사이에 꾹꾹 눌러쓴 문장 하나가,
내 삶을 바라보는 인사이트가 되어 지금의 나를 이끈다.

기록은 때로는 기억보다 오래간다.
그리고 종이 위에서 조용히 나를 성장시킨다.

기록은 결국, 내가 나를 잊지 않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잊지 않은 나로, 오늘을 더 다정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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