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되지 않는 당신을 온 힘을 다해 읽어내는 일. 사랑.
Contents log <이 사랑 통역 되나요?>
NETFLIX 12부작. 26.3.3
끌림은 첫인상에 결정되지만 사랑은 연민에서 시작한다. 타인의 오늘이 안쓰러워 내일을 밝혀주고 싶을 때, 그렇게 한 사람을 안으면 그의 생이 내 품에 들어온다. 현실에 없는 로맨스를 질리지도 않고 보는 건, 로맨스 역시 장애물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결핍과 직면해야 하는 성장 서사이자 일종의 ‘영웅 서사’이기 때문이다. 결코 현실엔 없을 해피엔딩은 혼돈뿐인 일상에 잠시나마 질서를 부여하며 세상을 다시 아름답다고 믿게 만든다.
(1) 눈 떠보니 스타가 된 차무희에게 찾아온 좀비, 도라미
K-드라마 불패의 ‘스타’를 소재로 하지만, 정점에 선 화려한 여배우 차무희에게 찾아온 이중인격 ‘도라미’는 단연코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1인 2역의 재미 뿐만 아니라 인물의 심오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여 이 작품을 평범한 로맨스 이상으로 감상하게 만든다. 도라미는 차무희의 억눌린 욕망이자 불안의 실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차무희의 모순을 주호진이 해석하게 만드는 기묘한 안내자 역할을 하며, 극에 장르적 재미와 미스터리를 부여한다.
(2) 사랑의 장애물과 세 번의 추락
로맨틱한 여행지, 명품 스타일링, 유명 제작진과 스타들등 이 작품의 화려한 스케일은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요소다. 한국의 무명의 여배우가 글로벌 스타가 되는 것이 핍진성에 위배되지 않는 한국의 현 위상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세 번의 추락으로 설계된 차무희의 단단한 성장 구조다. 사랑의 마지막 장애물은 결국 자기 자신 안의 오랜 문제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추락은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베란다에서, 두 번째는 영화 촬영 중에 추락하며 도라미가 보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첫 번째의 추락에서 시작된 문제를 두 번째 추락을 통해 겪은 여정을 통해 직면할 수 있게 되면서 세 번째 추락에서는 과거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세 번의 추락은 작품 전체의 전환점으로도 볼 수 있다.
(3) 해석되지 않는 마음을 온 힘을 다해 읽어내는 일, 사랑
자신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믿는 차무희를 사랑하기 위해, 주호진은 온 힘을 다해 그녀의 모순을 해석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한 번도 넘지 않았던 자신의 선을 기어이 넘어서게 된다. 선을 넘은 끝에서 그의 눈엔 한국에 있을 리 없는 오로라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오로라가 온 세상에 가득하다. 아무리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득한 시대라 할지라도,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이토록 치열하게 서로를 알고자 하는 마음, 사랑이다. 고윤정 배우의 사랑스러움과 김선호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만나, 타인의 생을 내 품 안으로 들이는 경이로운 순간을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