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몸 마음 탐험기
역시나 처음이 어렵지, 며칠 전 가을 수영에 성공하자 이 날씨에도 수영이 가능하단 것을 몸이 알아버렸다. 오늘 친구의 삶에 얹어진 무거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속이 상했다. 가슴이 트이는 풍경에서 수영이 하고 싶어졌다. 마침 해가 나는 참이다. 자전거를 타고 좋아하는 풍경들을 지나 바다로 도착했다. 별 어렵지 않게 몇 걸음 내딛어 몸을 쑥 집어 넣고 나니 저쪽에서 80대 중반의 할머니와 50대로 보이는 딸래미가 같이 바다에 들어오고 있다. 아일랜드 2년차 답게 바다가 너무 좋다고 인사를 했더니, 할머니가 말씀하신다.
“ 정말 좋지, 근데 왜 그 찬 바다에 굳이 들어가냐는 사람들한테 설명하기는 참 힘들어. 그 사람 말대로 그냥 오지게 차가운 물일 뿐이거든. 근데 이건 정말 들어와봐야 알아. 이 바다에 몸을 담궜다가 밖에 나가면 기분이 정말 끝내주지.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시각을 주거든.”
맞다고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햇빛이 눈을 찌르는 바다 수영도 좋은데, 지혜로운 수영 친구까지 선물로 만났다. 반짝이는 투명한 물 안에 물결치는 손이 보인다. 빛나는 물도 빛나는 나도 예쁘다. 발이 닿지 않는 바다로 조금 더 멀리 나가본다. 작은 경계를 더 넘어보고 싶어서. 할머니 말씀대로 저 파도 너머의 감각이 새로이 몸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