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터슨>을 보고 난 후
<패터슨>이라는 영화를 봤다. 주인공 패터슨은 버스 운전사지만 시를 사랑하며 매일 시를 쓰는 시인이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똑같은 아침을 먹고, 똑같이 출근해서 같은 코스를 운전하는 따분하다고 할 수 있는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패터슨은 성냥을 보거나, 아내의 꿈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받아 시를 쓴다. 일상은 시 속에 반복되는 운율과도 같은 것이지만 일상 속에서 작고 크게 벌어지는 일들을 시로써 풀어낸다.
<패터슨>을 보고 난 뒤로 내가 그동안 잘못된 생각을 가져오고 있었음을 극명하게 느꼈다. 글을 쓰면서 나의 인생이 소소하고 소박한 경험뿐이어서 아쉽다는 생각 했었다. 큰 아픔도 없고, 상실도 없고.. 작디작은 희로애락 속에서 살아서 내가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내가 글을 쓰는 데 망설일만한 충분한 이유를 제공했다.
최근에야 나는 일상을 주제로 한 소박한 에세이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었는데 패터슨의 일주일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나도 패터슨처럼 단순하고 예정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굳이 나서서 변화를 만들지도 않고 활기차지도 않다. 그런 하루하루에도 나에게 영감을 주는 건 남편과 아들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패터슨의 아내가 하는 꿈 이야기들. 뭔가 히스테릭한 느낌은 있지만 매일 변화되는 인테리어들. 새로운 저녁 식사. 저녁 산책 길에 들르는 바에서 만나는 사람들. 오감을 곤두세워 느끼지 않으면 무의미할 수 있는 일들도 패터슨은 포착해 내어 시로 쓴다.
영화 말미에는 패터슨이 그동안 써온 시 노트를 키우는 강아지 멀린이 찢어버리는 바람에 큰 상실감을 느낀다. 하지만 패터슨은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우연히 만난 일본인이 건네준 노트에 시를 쓰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큰 고난과 상실이 찾아오기도 하는 인생이지만 결국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 게 인생이고 그 속에서 패터슨은 또 시를 쓴다. 패터슨에게는 삶이 곧 시이기 때문 아닐까.
매일 반복되는 음률과도 같은 일상 속에서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소소한 변화들을 느끼며
글로 쓰는 사람이 되리라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