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영 Jan 09. 2024

알베르 카뮈 [이방인] 6

2024 매일 필사 첫 번째

아침 7시 반에 사람들이 와서 호송차로 나를 법원으로 데려갔다. 헌병 두 사람이 나를 어두침침한 작은 방으로 들어가게 했다. 우리는 문 옆에 앉아서 기다렸는데, 문 뒤에서 여러 목소리, 이름 부르는 소리, 의자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동네 축제에서 연주회가 끝난 후 춤출 수 있도록 홀을 정리할 때를 연상시키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헌병들은 개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내게 말했고, 그들 가운데 하나가 담배를 권했으나 나는 사양했다. 뒤이어 그가 "떨리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게다가 어떤 의미에서 재판을 구경한다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기도 했다. 나는 살면서 그런 기회를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래요."하고 두 번째 헌병이 말했다. "그렇지만 결국 싫증이 나죠." 

자신의 죄를 심판하는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떨기는커녕 동네 축제의 댄스파티를 떠올리는 뫼르소가 참 이상하다. 마치 남의 재판처럼 '구경한다'는 표현도 아직 자신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모르는 것일까. 



그는 내가 어머니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담배를 피웠고, 잠을 잤고, 밀크 커피를 마셨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장내를 술렁이게 하는 무엇인가를 느꼈고, 처음으로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진심으로, 사뭇 다감하게, 내가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후회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그에게 설명해주고 싶었다. 나는 늘 눈앞에 닥칠 일, 오늘 또는 내일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당연히 내가 처한 상황에서는 아무에게도 그런 투로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나로서는 다정하게 보일 권리, 선의를 가질 권리가 없었다. 나는 다시 귀를 기울이려고 애썼는데, 왜냐하면 판사가 내 영혼을 들먹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재판 중에야 자신이 죄인의 신분이며 자신의 상황에 대해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자신의 죄를 가리는 재판장이지만 재판 중에는 판사과 검사, 변호사, 증인들만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뿐 뫼르소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말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제야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답답하고 심각한가를 깨달은 것 같다. 




뫼르소가 죄인으로써 법정에 오기 전에도 마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문화의 관점을 가진 '이방인'처럼 보일 때가 있었는데 재판 장면에서 '이방인'과 같은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부분이었다. 뫼르소가 어찌해서 '이방인'과 같이 되었는지는 아직도 실마리가 풀리진 않았지만 이젠 뫼르소에게 연민까지 느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베르 카뮈 [이방인]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