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영 Jan 26. 2024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4

2024 매일 필사 두 번째 

이제 노인의 머리는 맑을 대로 맑아졌고 단호한 결의로 흘러넘쳤지만 희망은 별로 없었다. 좋은 일이란 오래가지 않는 법이거든,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힘든 상황 속에서 판단력도 흐려지고 한계에 도달하지만 목적에 대한 의지와 집념으로 계속 나아가는 노인의 태도는 배울 점이다. 꿈꾸던 고기를 드디어 잡았지만 공격하는 상어에 맞서면서도 결코 물러남이 없다. 인생 가운데 순탄하지 못한 순간들이 얼마나 많던가. 노인과 같은 의지라면 목표를 이뤄내야만 모든 것이 끝이 날 수 있는 것 같다. 



노인은 돛대를 빼내고 돛을 감아서 묶었다. 그러고 나서 돛대를 어깨 위에 걸어 메고 언덕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이 얼마나 녹초가 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가로등 불빛에 고기의 커다란 꼬리가 조각배의 고물 뒤쪽에 꼿꼿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허옇게 드러난 등뼈의 선과 뾰족한 주둥이가 달린 시커먼 머리통, 그리고 그 사이가 모조리 앙상하게 텅 비어 있는 것이 보였다. 


소년은 노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노인의 두 손을 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가져오려고 조용히 판잣집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줄곧 엉엉 울었다. 


노인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고기와 사투를 벌이면서 소년이 함께였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데 소년 역시 노인의 다친 손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노인을 위해 커피를 가지러 가는 길 내내 엉엉 울었다는 표현이 울컥했다.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고 의지하는 관계랄까. 엉엉 우는 소년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나도 함께 눈물이 났다. 

죽음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삶이란 어쩔 수 없이 '승산 없는 투쟁'일는지 모른다.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 곧 인간 실존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패배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백절불굴의 정신이다.
인간의 삶이 궁극적으로 '승산 없는 투쟁'이라면 이러한 투쟁을 좀 더 의미 있게 해주는 것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유대감이다. 


바다 위에서 노인의 투쟁을 읽으며 백절불굴의 정신과 유대감에 대해 가장 큰 교훈을 얻었다. 


고전은 읽을 때마다 상황과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더니 3년 전에 읽었을 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노인의 의지와 노인과 소년의 유대에 대해 많이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백절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유대감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목표도 이룰 수 있을 것 같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과정 가운데 많은 배울 점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 필사가 끝이 났는데요. 작은 분량이지만 집중해서 읽고 필사하며 생각을 적는 시간 동안에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길 기대해 봅니다. 다음 필사도 기다려지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