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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ating Kabin Dec 18. 2020

20201218

두렵기도 아쉽기도

어제 일기를 쓰고 나서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조급해져 한없이 고민만 하다 잠이 들었다. 요즘 홍콩을 너무 뜨고 싶었던 나머지 도쿄 부동산 매물을 찾아 보기 시작했는데, 오늘도 나는 마치 쳇바퀴 굴러가는 듯 숨차게 흘러간 나의 하루에 반항하듯 자기 전 소중한 시간을 사지도 못할 매물 찾기에 열심히 낭비했다.

포스트 팬더믹 세상은 너무나도 다를 것이라 한다. AI 의 시대가 오면 대부분의 일들이 자동화 될 것이고, 그에 맞추어 첨단 기술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도태될 것이라고 한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에 비해 그렇게 많이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간다. 이전까지는 포토샵에도 관심이 없던 내가 막상 이런 정보를 접하기 시작하니 마냥 두렵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는 걸까, 아니 배우지 않으면 도태 되는 것일까? 내가 몸담은 산업의 리더가 되고 싶은 나로써는 참 골치가 아프다. 나름 이번 일 년은 성실하게 살아 왔다고 자부했는데, 트렌드가 한 발 나를 앞서 간 느낌이다. 죽치고 앉아 일본어만 파는 게 아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일본어에 집중하면서 내가 신경을 쓰지 못한 부분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가장 아쉬운 것은 카드 그리기. 아, 그래도 하루에 하나씩은 그려 냈어야 했다. 화장품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홍보 할 때 손님들에게 샘플을 돌리는 것처럼 나도 사람들이 나에게 카드를 부탁할 때 마냥 거절만 하지 말고 웃으며 그 기회를 받아 들였어야 했다. 지금의 내 그림은 브랜드 가치가 약하다. 내 그림의 목표는 손님들에게 마냥 멋진 카드이기보다는 June이라는 장인의 작품으로서 인식 되는 것이다. 일이 나한테만 가중된다고 불평하기 전에 일단 먼저 그리고서 생각할걸 그랬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내 작은 집 소파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니 아쉬운 것도 두려운 것도 참 많다. 이럴 때가 아니다. 일본어 조금 공부하고 줄넘기 하고 빨리 자야 하니까 이쯤에서 오늘의 일기를 마무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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