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2
드디어 짬을 내서 조금씩 읽어 나가던 김미경의 리부트를 완독 하였다. 엄마가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몇 달 전에 보내준 책이었는데, 이제야 끝을 본 것이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 자신의 생각 차이가 스스로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 많은 인사이트와 시사점을 안겨준 책이었다.
이 책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미래에 대한 수십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의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포스트 팬더믹 시나리오에 관한 부분이었다. 챕터를 읽는 내내 포스트 팬더믹 시대를 큰 기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통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나만의 청사진을 디자인하고, 목표 달성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기술들을 남들보다 한 발 앞서서 부지런히 연마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책을 읽은 직후에 시나리오를 써 놓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얻은 인사이트를 조금이라도 잊게 될까 봐 급하게 노트북을 열었다.
1단계: 나와 세상 분석하기
앞으로도 여전히 필요한 나의 핵심 역량은? (현재의 업무 역량 중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밑줄 쳐 보기)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는 눈치 / 고객의 감정과 스토리에 공감하는 능력 / 고객의 관점에서 서비스를 생각하여 감동을 주는 생각의 유연성 / 생산적으로 하루를 살아가려 하는 자세 /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 / 남들보다 강한 체력과 에너지 /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빨리빨리 실천에 옮기는 실행력 / 일단 해보려는 긍정적인 마인드 /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고민하고 자발적으로 무언가 실천해 보는 자세 / 탁월한 그림 실력 / 팀원에게 협조적이고 기꺼이 도우려 하는 자세 / 영어와 한국어 응대 기술 / 컴퓨터 응용 기술 / 오페라 사용 기술 / 효율적인 업무 처리 능력 / 좋은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 - 오픈마인드
앞으로 보완해야 할 나의 역량은?
고객과 타 부서의 요청을 일단 거절하기보다는 협조적으로 응하는 자세 / 궁금한 것에 대해 자세히 정보를 수집하는 습관 /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와 세상에 대한 인사이트 수집 / 회사 내에서 신중히 생각하고 발언하는 자세 / 개인 사정에 구애받지 않는 일관된 퍼포먼스 / 빠른 실행력을 오랫동안 유지해 줄 지구력 / 일본어 공부 및 일본어 응대 / HTML과 파이썬 기술 / 빅데이터 수집기술 - 데이터 크롤링 / 고립되지 않기 위해 나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습관 /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기록하는 습관 / 업무의 정확성
내 일과 관련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 관광과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 /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위험성 / 호텔 이용객의 높은 인파 트래픽 / 미식에 대한 사람들의 소비 욕구와 인기 레스토랑의 명성 / 센스 있는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 / 호텔에서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요 / 호텔 어플 채팅과 whatsapp 채팅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
변하는 것: 비즈니스 출장 게스트 감소 / 코로나 시대 스테이케이션을 통한 홍콩 로컬 마켓의 인식과 수요의 성장 / 위생에 대한 게스트의 인식 변화 및 위생안전에 대한 수요 증가 / work & vacation에 대한 수요 (요즘도 객실에서 업무를 보며 휴식도 즐기기 위해서 호텔을 찾는 1인 단위 손님들이 종종 보임) / 호텔 f&b 부서의 영향력 증가 (코로나 시대에 호텔을 먹여 살린 것은 룸스가 아니고 f&b였다!!) / QR 코드를 통한 메뉴 제공과 온라인 체크인 서비스 등 디지털 기술의 사용빈도 / 객실 내 고객들의 netflix 및 미디어 소비 증가와 그에 수반되는 디바이스 미러링에 대한 수요 증가(HDMI 말고 애플 TV) / 문서의 인쇄 및 스캐닝 서비스를 위해 호텔과 고객이 문서를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 / 애프터눈 티 세트와 케이크 샵 딜리버리 수요 / 양질의 와이파이 서비스 / 한층 유연하고 가성비 높은 미팅룸 대여 정책(i.e. 30분 단위 대여 가능, 30분 당 300 HKD, 단 음료 포함 시 400 HKD) / billing 내역과 숙박 기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커스터마이징 된 AI 버틀러 서비스 / Home-office와 자율 출퇴근제로 인해 늘어날 인디펜던트 워커와 프리랜서들의 코워킹 장소에 대한 수요(미팅룸/호텔 로비/호텔 라운지/객실) / 호텔 전문 테크놀로지 기술의 R&D부터 직원 교육, 서비스 관리를 담당할 디지털 서비스 부서의 등장(앞으로 호텔 서비스의 대부분이 디지털화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오페라와 같이 단순한 관리 서비스를 넘어, 호텔의 전반적인 오퍼레이션을 잘 숙지하고 있는 필드 출신의 엔지니어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2단계: 10줄 시놉시스 써 보기
코로나가 종식되고 국경이 열림에 따라 관광/호텔 산업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코로나 시대 때 스테이케이션 패키지 등을 통해 호텔을 이용했던 로컬 마켓 역시 꼭 숙박이 아니라 하더라도 호텔 레스토랑 이용 및 애프터눈 티 세트/케이크 샵 딜리버리 등을 통해 전에 비해 증가된 호텔 이용도를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레저 여행객의 호텔 이용 수요는 크게 증가하지만 코로나 시대 중 zoom 등의 매체 사용에 익숙해졌던 출장 여행객은 감소한다. 대신 home-office 근무 중에 있는 직장인들과 인디펜던트 워커/프리랜서들의 호캉스 수요가 증가하므로 결과적으로는 클라이언트의 니즈가 변화할 뿐 비즈니스 여행객의 규모는 크게 줄지 않을 것이다. 호텔은 달라질 비즈니스 여행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코워킹에 친화적인 시설/설비를 갖추고 미팅룸 렌털 정책도 개인 이용자들의 니즈에 맞게 보다 더 유연하게 변경해야 한다.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위생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 욕구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호텔에서도 위생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성비 좋은 해결책으로는 디지털 기술이 있는데, 이것은 오페라와 같은 단순한 관리 프로그램을 넘어서서 온라인 체크인/QR 코드를 통한 메뉴 지급/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한 문서 프린팅 서비스 등 고객의 높은 수요에 맞게 호텔 전반적으로 사용이 될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5G 기술이 상용화되며 호텔에서도 개인 맞춤형 AI 버틀러가 등장할 것이고, 호텔 브랜드별로 얼마나 독자적인 AI 버틀러를 개발해 내는지가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인데,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호텔의 오퍼레이션을 잘 이해하고 있는 필드 출신 엔지니어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디지털 기술 이용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도 불가피하게 증가할 테니 호텔에서도 효과적인 직원 교육과 안전한 시스템의 확충에 신경을 써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호텔 서비스에 통합되면 호텔 산업 역시도 테크산업의 빠른 변동성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인데 결국 산업을 이끌어 나갈 인재상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마켓에 쉽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마인드셋을 가진 fast learner일 것이다.
온 택트: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호텔의 in-room activity 콘텐츠 개발 및 플랫폼 개선/호텔 whatapp 서비스와 같이 이용이 쉽고 편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ontact에 대한 니즈를 'wow' 시킬 수 있도록 손님의 관점에서 생각하며 협조적이고 유연한 마인드셋을 기른다.
디지털: 곧 도래할 호텔의 디지털화에 손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평소에 HTML/파이썬/데이터 크롤링과 같은 프로그래밍 기술을 숙지하여야 한다. 평소에 오페라와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도 '신속 정확'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단련한다.
인디펜던트 워커: 자율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과 프리랜서 등 눈에 띄게 달라질 비즈니스 여행객의 양상에 맞게 '인디펜던트 워커'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제공에 힘쓴다. (미팅룸 정책 완화, 1인 단위의 인디펜던트 워커들에게 맞는 express service와 고객이 홀로 호텔을 이용하는 것에 embarrass 되지 않도록 사려 깊게 단어를 선택해서 응대하는 모습, 라운지 에스코트 시 신문을 오퍼하고 보다 더 프라이빗한 테이블로 안내해드리기) 또한 나 자신이 인디펜던트 워커가 되기 위해서는 나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호텔 산업은 앞으로도 몇 년 간 흔들릴 것이다. 마냥 앉아서 구조조정을 무서워 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타 부서와 동료 직원들에게 협조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카드 디자인 개발하기,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리소스 탐구, 타 직원의 가십과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 일본어 공부), 또한 평소 습관적으로 업계의 동향과 세상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보다 더 넓은 시야에서 생각하고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일상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세이프티: 인파의 트래픽이 월등한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나 자신의 청결과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여야 한다. 호텔에서 주어지는 독감 주사/코로나 테스트/백신 투여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매사 최적의 면역 상태를 유지한다.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평소 8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는 듯 항상 건강을 유지한다. 업무 중에는 고객의 세이프티를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세이프티 감성에 호소하는 제스처를 고민해 본다. (신용카드 결제 후 고객님께 알코올 솜으로 카드를 닦아 드릴지 여쭈어 보기/ 고객님께서 휴지통을 찾으실 때 오피스 휴지통 대신 작은 쇼핑백이나 깨끗한 휴지통을 오퍼해 드리기/ 고객님께서 클럽 라운지를 떠나실 때 대신 버튼 눌러드리기/ 일정 시간 간격으로 고객용 펜을 소독하고 고객님께도 알려드리기)
To-Do-List 만들고 실행하기
건강을 위해 걸어서 회사 출퇴근하기
출근하자마자 호텔업계 뉴스와 오피니언/ 신문 헤드라인 읽기
출근하자마자 오늘의 To-Do-List를 작성해서 효율적으로 업무 시간 활용하기
타 부서나 동료가 도움을 요청할 때 내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도와주기
팀 내 가십과 부정적인 회사 분위기에 동요하지 않기
호텔에서 의료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공고가 나면 적극적으로 접수하고 동료들에게 접수를 적극 권장하기
고객님께서 클럽 라운지를 떠나실 때 꼭 일어나서 엘리베이터 잡아드리기 & 버튼 눌러드리기
고객님의 세이프티를 최우선으로 응대해 드리기 (신용카드 소독, 소독 물티슈 적극적으로 오퍼해 드리기, 라운지 시설 청결도에 항상 예민하게 반응하기, 일정 시간 간격으로 고객용 펜을 소독하고 고객님꼐도 알려 드리기)
매일매일 못해도 한 장 씩 일본어 공부하기
시간 날 때마다 카드 디자인 연구하기
호텔 어플/whatapp 채팅 기능 및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하고 오페라 프로그램도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만져 보며 숙지도를 기르기
마이크로소프트 사에서 회사에 제공해 주는 디지털 리소스를 탐구해 보며 이해도를 기르고 이를 업무에 적용하며 부서의 업무 효율성을 위해 노력하기
인디펜던트 고객님께서 클럽 라운지를 방문하시면 변화하는 비즈니스 여행객의 니즈를 탐구해 보는 자세로 집중해서 응대하기 (embarrass 하시지 않도록 사려 깊은 언어 사용하기, 조금 더 업무 친화적이고 프라이빗한 테이블을 제공해 드리기, 신속 정확한 서비스 제공하기 - express check in&out, fast & effective performance, offering email receipt)
퇴근하고 나서는 꼭 끼니 챙겨 먹고 영양제도 매일 챙겨 먹기
매일 8시간 이상 잘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자기 발전을 위해 힘쓰는 와중에도 큰 명절 때마다 꼭 지인들에게 감사하고 안부 묻기
유튜브로 성공한 사람들의 콘텐츠를 접하며 인사이트 얻기
체크아웃하신 고객님들 중 개인적으로 친해진 고객님들께도 가끔 안부 메일 전하기
하루 한 시간씩 꼭 코딩 공부하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무조건 적어 놓기
나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실천 계획을 적어 보기
가벼운 마음으로 노트북을 연 것과 달리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며 열심히 적어나가다 보니 벌써 대여섯 시간이 지났다. 간단하게 몇 줄 적으면 끝날 줄 알았던 시나리오가 생각보다 자세하고, 글을 쓰기 이전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이곳저곳에 보이는 것을 보니 다시 한번 기록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이 시나리오는 프로토타입에 지나지 않는다. 이 시나리오 중의 일부는 엇나갈 것이지만 그때마다 즉각적인 수정을 통해 보완해 나가다 보면 보다 더 정확하고 나에게 맞춰진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토록 이 산업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냐하면 나는 마법사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며 나 역시도 호텔의 크고 작은 변화를 봐 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호텔리어의 손에서 손님들의 추억이 탄생하는 것은 똑같다. 21세기를 사는 우리 모두의 기억 한 켠에는 호텔에서의 근사한 추억이 한두 가지씩 존재한다. 한 사람의 인생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얼마나 마법 같은 일인가! 호텔리어에 큰 자부심을 가진 나는 오늘도 내일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 호텔 산업의 이타적인 리더, 아니 가장 위대한 마법사가 되기 위하여 오늘도 나는 내 갈 길을 열심히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