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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Oct 26. 2020

무미건조한 인간

나는 10년 차 회사원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무직이고, 지원 부서에서 일한다. 대부분의 일은 갖춰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지만, 결국은 주위에는 사람들이 항상 있다.  


회사에서 압박면접을 통해 사람을 뽑다 보면 소시오패스를 뽑을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TV 프로그램에서 적이 있다. 그걸 볼 때 나는 약간 뜨끔했다. 회사원으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점점 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잃어간다는 것을 느낀다.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는 것도 지켜보고 있다.


나의 사수였던 분이 회사를 관두셨을 때는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이 핑 돈 적도 있다. 또 팀원이 다른 팀으로 이동할 때는 나를 버리고 가는 것 같은 마음에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감정이 무뎌졌다. 아쉬운 마음은 금방 사라지고, 어느새 아무런 마음도 들지 않았다. 동기가 이직을 하는데도 정말 아무 느낌도 없었다. 언젠가 만날 사람이면 또 만나겠지. 이런 생각에 떠나는 사람한테 파이팅! 건승을 빕니다. 이런 무미건조한 말들을 했다.


나도 원래는 좋은 것도, 싫은 것도 많았다.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어디든 좋으니 입사를 하고 싶었다. 그러다 취업을 하고 주중에는 회사에 가고, 주말에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피아노, 그림, 운동 등 여러 가지 취미를 즐겼다. 또 회사에서도 일과 관련 없는 모임이나 술자리에 가는 것이 재밌었다. 그들로부터 듣는 이야기, 내가 하는 이야기가 어우러져서 시끄러웠지만 즐거웠다. 가끔 조용한 시간이 그리웠지만, 그건 힘들지 않았다. 언제든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어느샌가부터 그게 잘 안 됐다. 집에 얼른 가려고 점심시간에도 일을 하고 있는데, 정작 정시 퇴근도 잘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화장실도 가기 어려울 정도로 할 일이 쌓여있었다. 출퇴근 시간에는 개인 공부를 하고, 집에 와서는 밥을 먹고 쉬다가 보면 하루가 끝난다. 남편이랑 나란히 누워서 이야기한다. 심심하구나.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와놓고 심심하다니, 정말 말이 안 됐다.


별 일 없는 삶에 물론 감사하다. 하지만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도록, 나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상적인 업무만 처리하며 살다가는 시간이 그냥 흘러가버린다. 우선 내가 제일 중요하고, 내 마음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숨 쉴 공간을 만들어야 주변 사람들이 눈에 보이고 신경이 쓰이게 된다. 내가 생각해본 작은 시간들은 아래와 같다. 물론 나도 전부 다 실행해본 것은 아니지만, (특히 나는 아침에 잘 못 일어난다.) 매일 한 두 가지라도 실천을 해보고 있다.




 1.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서 스트레칭 하기

 2. 아침에 10분 일찍 출근해서 책 조금씩 읽기

 3. 점심시간에 짧은 글 쓰기

 4. 퇴근할 때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걷기 명상

 5. 자기 전 바디스캔, 명상, 호흡에 집중하기



이렇게 자신 만의 목록을 만들고, 작은 실천을 시작해본다. 해야만 하는 일들에서 잠시 떨어져 있는다. 그러다 보면 내 속에 에너지가 차오르고 자연스럽게 나의 주변에도 눈길이 가게 될 것이다. 내가 눈길이 가지 않아도 나의 주변 사람들이 나로 인해 좋은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거울 속 나만 들여다보고 살다 보면, 나 속에 갇히고, 나의 틀에 박혀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타인을 통해 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갖는 것은 바로 이러한 틈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조금 노력하지 않으면 회사원들은 무미건조한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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