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몰랐다고 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했었나요?
우리 회사가 사기꾼에게 당했다는 이야기요"
"아뇨. 회사가 무슨 사기를?
누가 사기를 당한 게 아니라
회사가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가 무슨 얘기?"
"세상에 글쎄..
남자직원 4명이 6년 동안
100억을 해 먹었대요.
물론, 매출도 포함되어 있으니
최소 40억 이상은 해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세상에,
우와 세상에
정말 드라마나 영화에나 나올만한 이야기인데요"
"그러게 말이에요.
현실에서..
그것도 우리 회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
"그럼 회사분위기는 어때요?"
"대주주가 그 직원들을 민사가 아니라
형사로 고발해서
감방에 쳐 넣는다고 하고
직원들은 분노하고 불안해하기도 하고
여튼 회사 전체가 어수선해요."
"부장님은 어때요?
괜찮아요?"
"사실은 제가 몇 년 전부터 이사님한테
그 팀장과 남자 직원들을 너무 믿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었어요.
제 눈에는 보였거든요.
뭔가 업무 하는 것도 이상하고
투명한 게 없는 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그런 게 보였대요?"
"이사님한테 아부하는 게 누가 봐도 뭔가 이상해 보였어요.
외부 영업하러 같이 다닌다고 할 때부터도
지출항목들도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특히나 재무담당자가 저에게
그 팀장들이 올린 내역서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말을 여러 번 하더라고요
재무담당자가 다른 계열사에서 옮겨와
업무를 잘 몰라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지출되는 금액도 납득이 안되고
계약은 했다고 하는데 계약서는 없고
돈은 나가고
여하튼 너무 이상한 게 많다고.
그때 제가 그랬죠.
그쪽을 잘 파보라고.
대어를 낚을 수 있을 거라고.
근데 실제로 이렇게 큰 금액을 사기 쳤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더라고요"
"그러게요. 정말..
몇 년 동안 그렇게 큰 금액을 사기 쳤는데
어떻게 사장이 모를 수가 있죠?"
"팀장 하고 그 라인 직원들이 여자 이사의 눈과 귀를 멀게 해서
사장한테 그냥 결재를 받게 했다고 해요.
사장은 이사를 믿으니까 그냥 결재를 해 준 것 같고요.
그래도 진짜 이해가 안 되죠?
이사는 자기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하는데
정말 몰랐다면 무능한거고
알고도 모른척하는 거면 정말 사악한 거고
그렇죠?"
"그렇죠.. 정말 그런 거죠.
근데 6년이 지나 지금에서야 어떻게 알았대요?"
"직원 중에 한 명이 커밍아웃을 했대요.
재무팀에서 계속 불러 이것저것 물어보니
그냥 불었다나봐요.
그리고 그 직원은 옷 벗고 나갔고요"
"세상에.. 진짜 드라마 속 이야기 같네요"
"그렇죠.. 저도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
회사돈을 빼돌리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자등록증도 내고.
근데 이사님이 사표를 안 내고
회사에 계속 나온다는 게 뻔뻔한 것 같기도 하고.
직원들도 이사님이 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고"
"그러게요.
정말 결백해서 그런 걸까요?"
"알 수가 없어요.
정말 아무도..
모두가 눈치만 보고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말끝마다 그 직원들과 이사에 대한 분노가 묻어났다.
테헤란로를 걷는 그녀들 앞에
포스코센터의 웅장한 건물이
한낮의 태양 아래 빛나고 있었다.
"진짜 같은 거짓"
"거짓 같은 진실"
알 수 없는 그 혼돈의 경계 속에
그녀들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포스코 건물 안 테라로사 카페로 급하게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