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로 뭉쳐진 순수한사랑
“샘, 상상해 보세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고,
고개를 치켜든 50대 남자.
카페에 들어서면 자리를 잡고 앉아
바로 다리를 꼬죠.
난 찐~한 에스프레소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입니다.
나더러는 늘 주문하고 오라 하죠.
어떤 카페에는 에스프레소 잔이 없는 곳도 있잖아요.
자기야, 에스프레소 원액이 너무 진하다는데?
잔도 없고…
괜찮아. 그래도 난 에스프레소.
큰 머그잔 바닥에 아주 조금 담긴 에스프레소.
그걸 어깨에 힘을 주고 앉아 마시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상상해 보시라고요, 샘"
“옛날엔 그 모습이 좋아서 결혼했던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요. 그게 에러였지요.”
순간, J의 말이 너무 웃겨서
큰 풍선이 터지듯 웃음이 터졌다.
에러...
나도 덩달아 남편의,
J 남편의 ‘에스프레소 같은’ 뒷담화를 곁들였다.
에스프레소만 고집하는 J의 남편은
집에서도 늘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 커피 애호가다.
J는 밖에 나오면 이상하게,
남편의 모습이 꼴불견이라고 한다.
자기가 하면 될 일을 굳이 아내에게 시키는 행동.
그런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미울 때가 있다.
나이가 들면 아내를 더 위하는 행동을 하는데
그녀와 나의 남편은
참 일관성이 있다ㆍ
실컷 뒷 담화를 하고 나서
마치,
남편들이 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지막엔
고마움을 이야기하는 우리ㆍ
이 또한 몇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만이
지켜낼 수 있는 신뢰와 의리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에러와 에스프레소,
인생의 맛은 진하지만,
쓴맛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인생의 태도
그녀와 내가 오늘을 즐겁게 살아내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