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
당신과 나,
애써 보낸 인생의 시간을 모두 모으면
한 덩어리, 둥근 열매가 남습니다.
안은 뜨겁지만 부드럽고
밖은 먼지와 상처투성이지만 한없이 견고한.
당신과 나,
사는 동안 조금 찌그러지고 기울어져도
마음 삐딱한 적 없이 예쁘게 이겨낸 까닭에
한 덩어리, 둥근 보람이 남았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찾아와 깃들어, 둥지 삼아 주기도 했으니
썩 괜찮은 인생이 아니었던가요?
당신과 나,
이제 몇 번의 해와 달을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 덩어리, 둥근 희망을 남겨봅니다.
우리 안에 오래오래
사람과 사랑이 기쁘게 북적일 수 있기를.
당신과 나, 한 덩어리씩 맡아 동그랗게 굴린 다음
두 개를 붙이고 세워 ‘웃는 눈사람’ 하나 만들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