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에게는
낯섦을 따라가야 할 때가 있고 낯익음을 따라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 대개의 경우 자신 있을 때 낯섦을 선택하고 자신 없을 때 낯익음을 선택했습니다. 가끔씩은 자신 없을 때 낯섦을 따라가기도 했는데 내가 끌려가고 있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 있을 때 낯익음을 따라가면 내가 인도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알고 모르는 것은 늘 실제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낯섦의 상황에는 집중력이 생기고 낯익음의 상황에는 한눈파는 상황이 생깁니다. 자신 없을 때에는 겸손이 빛을 발하고 자신 있을 때에는 함정을 피하지 못합니다. 불안에서는 평안이 자라고 평안에서는 불안이 자랍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순간들이 문제였습니다.
낯익음이 낯설어지는 어느 순간, 낯섦이 낯익어지는 어느 순간, 그저 순간이라면 ‘잠시 멈춤’ 정도로 생각하겠지만요. 습관이 된 오랜 낯익음과 익숙하지 않은 낯섦이 충돌할 때, 오랜 믿음과 꿈틀거리는 직관이 충돌할 때, 옳고 그름의 판단에서 멀찍이 떨어져 나는 기쁜가 그렇지 않은가 끊임없이 자문하게 될 때는 어떡하나요.
낯섦은 내게 새로운 의욕을,
낯익음은 사랑에 아늑함을 더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