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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Dec 23. 2019

자취

지팡이로 찍은 흔적들


맞아.

다만 나그네라네.

오래 걸었지만 아직도 멀었네.


다리가 무겁고 무릎이 꺾여

지팡이를 점점 많이 의지하게 될 때

밤하늘을 올려다보네.


나는 믿네.

밤하늘에 반짝이는 것들은

내가 여행길에서 지팡이로 무수히 찍은

흔적들이라네.


나도 기억 못하는 순간들이겠지만,

아름다운 날들의 자취들은

하나씩 하나씩 하늘로 간 거라고 믿네.


아니어도 좋아.

밤하늘을 볼 때마다 언제든지

마음에서는 반짝일 테니.



여행 중이다.

하늘에 폭죽이 터진다. 관광객을 위한 이벤트다. 아름답다.

모든 구경은 재미있다. 무심히 본다. 사람 마음이 그렇다.

폭죽이 아니라 내가 터져도 구경은 구경이다.

대신 유심히 본다. 이런 재미가 난감할 뿐이다.

사는 중이다.

내 삶에 폭죽이 터진다. 나 자신을 위한 이벤트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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