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명찬 Dec 26. 2019

오늘도 저울질

오른쪽 어깨 vs 왼쪽 어깨


전설 속, 마호메트의 어깨 위엔 신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 비둘기가 있었다. 동화 속, 후크 선장의 어깨 위엔 말도 몇 마디 하는 잘난 앵무새가 있었다. TV 속, 낸시 랭의 어깨 위엔 명품 디자이너의 이름을 빌린 고양이가 있었다.


공통점이 있다, 어깨 한쪽은 여유롭게 비어 있다. 그러나 현실 속, 나의 어깨는 양쪽 다 분주하다. 한쪽은 천사가, 또 한쪽은 악마가 쓴다. 그래서 늘 어깨가 무겁다.


오늘도 저울질은 시작된다. 기운다는 것은 한쪽이 분명해진다는 뜻, 조화롭다는 것은 뒤죽박죽이라는 뜻이다. 이 모두 내가 하는 짓의 결과다. 그래도 다행이다. 어쨌든 한쪽은 천사가 와 앉으니.


위태롭긴 하지만, 평화는 계속된다. 서툴긴 하지만, 사랑은 계속된다. 어깨를 두드려주는 이는 언제나 내 보호자들이다. 달팽이관 깨진 귀 밑에 악마가 계속 앉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잘못 알아듣는 척이라도 좀 하면서 살게.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