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 있으면서도 그 길을 성큼성큼 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 동안 그 길을 가려다 만난 호랑이, 늑대, 멧돼지, 뱀 등등의 기억과 비 오는 날마다 도지는 물린 상처 때문입니다. 더더군다나 큰 소리 치던 사냥꾼, 선생님들 몇몇이 어느 날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소개되며 요란하게 물려 간 다음에는 더 힘듭니다. 이만큼까지 온 것만 해도 사실은 대단한 용기일 수 있습니다. 어기적거리는 게 답답하더라도 용서하세요. 어쨌든 가긴 갑니다. 사는 한, 가게 되어 있습니다. 마음 문제라고, 껍질을 깨라고 다그치지 마세요. 대개 지나간 다음에 하는 소리들입니다. 지나갈 때에는 아무도 그런 말 못합니다. 말로는 아무 것도 못 이깁니다. 한 발짝이라도 내가 가야 가는 겁니다. 생각도 내가 하게 조용히 좀 해주세요. 누군들 행복해지고 싶지 않겠습니까. * 책에서 본 얘기 그만하고, 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