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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명찬 Mar 17. 2020

변명


갈 수 있으면서도
그 길을 성큼성큼 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 동안 그 길을 가려다 만난
호랑이, 늑대, 멧돼지, 뱀 등등의 기억과
비 오는 날마다 도지는 물린 상처 때문입니다.
 
더더군다나
큰 소리 치던 사냥꾼, 선생님들 몇몇이
어느 날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소개되며
요란하게 물려 간 다음에는 더 힘듭니다.
이만큼까지 온 것만 해도
사실은 대단한 용기일 수 있습니다.
 
어기적거리는 게 답답하더라도 용서하세요.
어쨌든 가긴 갑니다.
사는 한, 가게 되어 있습니다.
마음 문제라고, 껍질을 깨라고 다그치지 마세요.
대개 지나간 다음에 하는 소리들입니다.
 
지나갈 때에는 아무도 그런 말 못합니다.
말로는 아무 것도 못 이깁니다.
한 발짝이라도 내가 가야 가는 겁니다.
생각도 내가 하게 조용히 좀 해주세요.
누군들 행복해지고 싶지 않겠습니까.
 
*
책에서 본 얘기 그만하고, 본대로 사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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