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보면
아무도 모르게 배달된 한꾸러미의 시간.
고맙기 그지없다, 발자국 소리도 없이
던져놓고 총총히 사라져 간 오랜 은인이여.
포장을 풀고 꺼내놓기도 전에
벌써 파닥이는 시간의 날개.
주어진 삶이란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하다고
몇 번이고 다짐하고서 집을 나서지만
나의 비행은 처음부터 서툴다.
때와 방향을 알지 못한 채
솟아오르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시계 제로의 하늘에서 내려오며
재빨리 나는 생각한다, 내가 다치기 전에
추락이란 말은 인정할 수 없어.
이건 자유낙하야, 틀림없이.
내려놓을 이유
찾기 시작하면 뭐든지 무거운 거지.
딛어 가는 곳마다
무언의 부호 같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여긴 지상임을 알려주고
문득 어깨 위 상처난 날개의 가는 떨림.
정말 뭐라고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빌려 주신 걸 이렇게 다쳐놔서...
다시, 아침에 눈을 떠보면
또 배달된 한 꾸러미의 신선한 시간.
고마워 눈물겹다.
발자국 소리도 없이
던져놓고 총총히 사라져 간 오랜 은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