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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랑 Jul 13. 2024

나는, 그런 너를 꼭 안아줄게

한 달 전, 둘째가 태어났다.


입이 하나 늘어나니 주머니 사정도 걱정되었지만, 우리 부부가 당장 마주한 현실적인 걱정은 '첫째가 상처받지 않을까?'였다.


입원실에서의 1주, 조리원에서의 2주. 총 3주 동안 매일 밤 엄마를 찾으며 베개를 눈물로 다 적시던 첫째는 우리의 걱정과 달리 첫 만남부터 동생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첫째를 가졌을 때 양수가 적어서 고생했던 경험 탓에, 배가 많이 나오길 바라며 둘째의 태명을 '뽈록이'로 지었다. 동생을 처음 보는 날, 첫째는 "뽀요기 사라해!!"라는 말과 함께 수차례 뽀뽀를 해주었고, 아직까지도 하루에 열 번 이상의 입맞춤을 하고 있다.


정이 많은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생을 아껴주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매일 감동을 받는다. 자식들이 화목한 모습이 부모에게 큰 행복이라는 것을 벌써부터 느끼고 있다.


둘째가 울기 시작하면 "엄마! 뽀요기 배고파요. 맘마 주세요.", "뽀요기 울지 마! 언니가 지켜줄게." 등의 말을 하는데, 태어난 지 28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참 놀랍다.



우리 집의 새로운 구성원이 된 신생아가 너무나 작아서인지 요즘은 첫째가 커 보인다. 둘째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작게 느껴지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거대해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첫째는 자기도 여전히 아기라는 것을 매일같이 상기시켜 준다.


수유를 위해 둘째를 아기침대에서 꺼내자마다 자기가 침대에 눕겠다며 팔을 뻗고, 동생의 역류방지쿠션에 누워서 초점책을 보며 '응애응애'를 외치는 첫째다. 동생을 많이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자기도 사랑받고 싶다는 행동을 할 때면 안쓰러우면서도 웃기다.



결혼과 육아로 인해 우린 많은 것을 포기했고, 많은 것을 얻었다.


아이가 생긴 뒤 수면부족으로 몸은 항상 지쳐있고 빠르게 나이 들고 있지만, 매일 같이 배를 잡고 웃을 일이 가득하다. 연애시절에도 많이 웃었지만, 아이가 생긴 뒤로는 더 많이 웃고 있다.



아 물론 하루종일 웃을 수는 없다.


슬슬 '아니'와 '싫어'의 사용 횟수가 늘어나는 첫째와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실랑이를 한다. 먹이는 것도 씻기는 것도 놀아주는 것도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사람은 왜 하루에 밥을 세 번이나 먹는지. 땀은 또 왜 이렇게 많이 흘려서 매일 목욕을 시켜야 하는지.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먹고 와서 정말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가 생긴 뒤로 첫째에 대한 애정표현이 더 많아졌다.


처음에는 첫째의 질투를 미리 걱정해서 의식적으로 늘렸는데 이제는 오히려 과한 애정표현에 익숙해졌고, 오히려 내가 첫째에게 애정표현을 갈구하고 있다.


피하고 도망가는 딸에게 안아달라고 뽀뽀해 달라고 사정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적응이 안 될 때가 많지만, 그럴 때면 오히려 딸을 더 꼭 안아주려 한다.



요즘 귀가할 때마다 쪼르르 달려와서 "아이스크림 사 왔어요?"라는 말을 인사처럼 하는데, 이럴 때면 내가 진짜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 와닿는다. 지금의 내 모습이 마치 어릴 적 아버지께서 퇴근하시던 모습과 같아 보여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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