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14년 차 홍보인, 직장인을 거쳐 현재를 살아가는
두 해를 넘겨 브런치 앱을 열었다.
끄적거리는 건 여전히 위로와 위안을 준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몇 가지 일을 지나며
나는 또 덤덤하지 못하게 마음에 생채기를 내며 약을 바르며 지내는 중이다.
몇 년 사이 사는 것에 대한 인생관도 바뀌고,
절절하게 열정을 쏟아부었던 일도 그만두고,
내공수련을 하며 사내아이 둘을 보는 주부로, 여전히 미숙한 살림을 챙기며 하고 싶은 일 많은 욕심쟁이로 살아가는 중이다.
최근 일 년간 시도하는 모든 것들은
마음을 다독이는데 필요한 일들이었다.
지금까지도.
오감이 예민하다는 판정(?)을 공식, 비공식적으로 듣고,
인생에 곡절이 생기면서 출렁일 때마다 마음이 얇디얇은 유리잔 같아지는 걸 느낀다.
그런 나를 단단히 지탱해 주는 건 우리 집 남자 셋이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데에는 혼자 빠져들 뭔가가 필요했다.
명리, 캔들, 그림, 식물, 빈티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인생사는 명리를 공부하며 끄덕여보고,
도무지 잠잠해지지 않는 머릿속은 캔들의 도움을 빌어 명상으로 정리해 본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그림 역시 명상하는데 도움을 준다.
넉넉하게 시간 잡고 그릴 여유는 없지만 틈틈이 그려두고 나면 나중에 들춰봐도 잠잠해진 마음이 느껴진다.
오랫동안 좋아해 온 것들 중에 초록이 있다.
내 지인들은 다 아는 지독한 초록쟁이.
그래서일까, 눈과 코가 즐거워서인가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집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빈티지는 요즘 내 생활이다.
내 스타일대로 하고 싶었던 시간을 이제야 찾아가는 중이다.
보물찾기 하듯 품고 싶은 아이템을 가져와 매치해 보고,
누군가에게서 쓰이지 않았을 물건이 내게 와 필요로 쓰이고 다시 손을 타고,
많이 사랑받으며 시간의 흐름이 묻은 것에서는 감동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고 그렇다.
요즘 나의 소비는
관계 맺고 싶은 판매자에게 구매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미 이런 패턴이 기사화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이라면 이 글을 보시는 기자님께서 기사화해 주시면 재밌을 거 같다.
빈티지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 여기저기가 흠집 나고 바로 사용하기 힘든 것들을 본다.
버려지기 아까운 것들이기도
그 세월을 견뎌온 것도 왠지 기특한 마음이 들어 고치고 손봐 다시 쓰이게 만들고 싶어진다.
(번외 이야기)
아마도 둘째를 낳고 집에서 설핏 잠이 들었을 때,
엄마가 어머님께 하시던 말이 생각난다.
"얘는 쓰레기를 가져다줘도 쓰게끔 만드는 애라서요"
성에 안 차게 깔끔 치 못한 집을 보며 하신 말인데, 너무 맞아서 그냥 자는 척했던 것 같다.
그러자면 참 많은 것들을 공부해야 해서 하나씩 시도해 보는 중이기도 한데,
이런 내 마음과 딱 맞는 곳을 찾아 신이 났다.
아마 10년째 홈페이지로 빈티지 아이템을 선보이시는 것 같다.
뭐랄까 화려하지 않아도 내공이 묻어나는
-온갖 디스플레이와 사진빨로 현혹시키는 셀러들 사이에서-
우직하게 나름의 철학과 기준으로 운영하신다.
긴 인생을 그려보는 요즘
다시 업을 찾아야 한다면 나도 이런 소신과 깊이와 추진력으로 길을 만들고 다져보고 싶다.
언제쯤 내공수련이 끝날런지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