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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욜란다 Mar 19. 2024

15. 이 작가야

[이:자까야]

2024년 3월 19일


느림보, 제자리걸음, 문 워크. 한 권 책이 금세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나는 아직 글쓰기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으니 누가 나를 부르기 전에 내가 나를 그냥 작가라고 부른다. 이 작가야!!!


마약 중독자처럼 커피 없으면 못살고, 최근에는 더 바디 샾의 티트리 오일 냄새에 빠져 그것도 마약처럼 손바닥에 한 방울 비벼 향기를 흡입해야 스트레스가 풀린다. 강제적으로 미라클 모닝을 해야 했으며 덕분에 치매노인처럼 원치 않는 초저녁 잠에 빠져든다.


벌써 작년 10월부터의 루틴이다.


드디어 이작가가 밥벌이를 찾게 되었다는 소리다. 그로 인해 새벽 세시반 기상에 초저녁 8시 반 유체 이탈 등으로 좀처럼 글을 쓸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를 댄다.

대신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에 대한 글을 쓰고 학급 반 아이들의 관찰 일지를 쓰며 계획안을 때맞추어 제출해야 하는 다소 공식적인 글만을 써 왔다. 말랑 말랑해지고 싶었는데 직장인의 틀에 갇히고 말았다. 월요일이 무섭다.


이작가가 다시 교사가 됨은 사실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최민수가 최민수가 되었고 허준호가 허준호 되었듯이 뼛속부터 교사인 엄마 아빠 딸인 내가 다시 미국에서 교사가 된 것은 말이다.


처음에는 대체교사로 시작한 것이 함께 일하는 동료 선생님들의 권유로 풀타임이 된 것은 벌써 작년 10월 2023년의 일이다. 교사라면 책을 늘 가까이하고, 배워야 하며 글쓰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직은 새 환경에 적응 중이니,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교육계획안 쓰기에도 시간이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너무 피곤 해 잠이 오지 않는 오늘 같은 날이면 내일이 걱정되지만 평소 같았으면 그래도 자라 자라 하며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를 세었을 텐데 이렇게 자발적 글쓰기를 한다. 마치 ‘내 일이’ 없는 사람처럼.


선생일이 부업은 확실히 아니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나는 참 교사임을 자부하나 글을 쓰는 일이 행복하고 기쁘며 나를 나답게 하고 당당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새삼스럽다고 하나보다.


내가 내 눈치 남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말을 내 나라 말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이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뼛속 깊이 느끼고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교사 Ms. Lee는 이작가 욜란다의 글쓰기를 엄청 돕기로 한다는 자아 분열을 기반으로 한 나와 또 다른 나의 계약서 비슷한 성격의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긴 호흡의 문장이 느끼게 해 주는 깊은 깨달음이다.


나는 어느 것도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지만 그저 열심히 하며 내가 나를 돕자는 그런 의미이다.


오늘부터 Ms. Lee는 이작가 욜란다에게 글감을 퍼 나르고 이작가는 Ms. Lee의 새로운 여정을 응원하는 글을 쓸것이다. 큰 응원 군을 얻었다.


응원의 첫 삽으로 지역 잡지에 도서 관련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Ms. Lee는 너무 바쁘고 시간이 없고 잠을 좀 더 자고 싶어 못하겠습니다. 매거진 국장님이 말을 너무 밉게 하신다는 둥 하며 비싸게 구는 그녀를 이작가가 다독였다.


정말 좋은 책이 있는데 그 책 쓰신 분께 편지할 길이 막막하여 지면을 빌어서라도 하고 싶다 해서 또 다음 글을 쓰게 되었다. 일을 벌이면 벌릴수록 Ms. Lee는 점점 고단 해 지지만 그럼에도 만사 재치고 글을 쓰고 있는 이작가야 너도 참 대단하다. 내가 나를 칭찬한다.


삶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눈치가 발전해 지나친 상상력을 발휘하여 영혼을 갉아먹기 전에 내 이야기를 쓰자, 내 글을 쓰자 했다.


벌써 새벽 4시 17분. 오늘은 이만 한시간 만이라도 Ms. Lee를 좀 재워 두어야 겠다. ‘내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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