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 변했어요"

'본드'라는 별명의 상담샘

by 정민유



"결혼하고 나서 변했어요"


​많은 부부들이 하는 말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아무리 연애를 오래 한 커플이라고 해도 결혼한 이후에 연애하는 동안 보이지 않았던 상대의 안 좋은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많이 당황스럽고 속았다고 느끼기 쉽다.


나도 선을 보고 2달도 안되어 결혼을 했으니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날 따뜻하게 바라보던 눈이 결혼 이후 차갑게 돌변했다.

"이건 뭐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충격이었다.

'속았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내가 몰랐던 거다. 난 막연히 따뜻하게 날 바라보는 눈빛에서 앞으로도 그렇게 사랑해 줄거라 믿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차가운 태도로 변한 전남편을 보며 '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더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부모가 좋다는 사람과 결혼했으니 이런 얘기를 부모님께 할 법도 한데 부모님도 내편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아 그냥 참고 견뎠다.

그 이후 지적질과 비난은 오랜 시간 쭉 이어졌다.



​거기다 그 사람의 좋은 점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같이 살다 보면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결혼 전에 많이 다투고 다툼을 대화로 해결해 본 경험이 없는 부부일수록 결혼 이후에 이런 경향이 많다.

결국은 상대를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았고 상대 또한 그런 기대를 맞춰서 행동해 주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을 겪어 보지도, 해결해 보지도 못하고 막연한 느낌으로 결혼을 한 것이다.


사실 결혼생활에서 싸우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 별것 아닌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렇게 별 것 아닌 것에서 시작된 다툼이 큰 싸움으로 변해서 대화를 하면 할수록 더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게 된다.


결혼 전에 가졌던 결혼생활에 대한 기대가 크고 상대방을 더 이상화시켰을수록 이런 다툼으로 인한 충격이 크다.

다투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대화로 그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화해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그리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놓고 말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말하기를 거부하고 이런 침묵으로 말을 안 하는 반응은 상대 배우자가 그 마음을 알기는 정말 힘들다.


나도 원가족 내에서 속마음을 표현한다거나 자기주장을 하고 성장하지 못했기에 부당한 대접을 받거나 억울한 비난을 받을 때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몰랐다.


억울하고 서러워서 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그런 나를 지지해 주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계속되는 지적질에 '내가 문제가 많은 사람이구나...'라며 낮았던 자존감은 점점 더 낮아졌던 것 같다.


그렇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나를 더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던 걸 당연하다고까지 생각했다. 하물며 이성적인 전남편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내가 잘못했다고 계속 얘기하면

"잘못했어요"라고 말하며 손으로 빌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게 오랜 시간 부부관계에서 힘든 문제를 겪었기에 오히려 부부상담을 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부상담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부부들이 서로의 마음을 너무 모르고 오히려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발견한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 상대에게 비난과 원망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문제를 가지고 오신 부부들의 속마음을 차근차근 들어보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을 해주면 오해가 풀린다.

​오해가 풀리면서 상대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단, 기본적으로 바탕에 사랑하는 마음이 깔려 있을 때 가능하긴 하다.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없고 관계를 개선할 마음이 없는 분들은 아무리 상담을 해도 관계가 좋아지기 힘들다. 내 케이스는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거의 이혼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되는 부부들이 상담을 통해 관계가 개선되는 걸 본 정신과 원장님이 나에게 붙인 별명이 있다.

"본드 선생님"

이 얘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다. 본인은 결국 문제해결을 못하고 이혼을 했는데 본드선생님이라니...

아마도 겪어본 만큼 보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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