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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Oct 12. 2023

여동생도 암이라니!!


어제 아침 최근 들어 둘째 딸도 결혼을 하고 막내딸도 남친이 생기고 내 건강도 많이 좋아져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로부터 30분쯤 지났을까?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사롭지 않은 예감이 들어 바로 전화를 받았다.

"민유야... 얘기 들었어?"

엄마가 거의 울 듯이 말을 했다.

" 왜? 무슨 일인데?" 난 다급하게 물었다. 갑자기 불안함이 올라왔다.

" 소민이가... 소민이가..." 결국은 울음을 터뜨리는 엄마.

" 왜? 소민이가? 왜? 무슨 일인데?" 심상치 않은 마음에 재차 소리치듯 물어봤다.


" 소민이가 암 이래..."

" 아아악~~~ 아~~~ 진짜!! 아~~~~ 악"

걷잡을 수 없이 올라오는 감정을 주체할 새도 없이 절규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를 향하는지 모를 분노도 올라왔다.

" 민유야 소민이 불쌍해서 어떡하니..? 암이 4cm나 된대" 엄마도 같이 흐느꼈다.


" 무슨 암 이래? 어떻게 알게 됐대?"

" 대장암 이래. 어제 옆구리 쪽 배가 아파서 응급실 갔다가 CT 찍어보고 알았대"

"근데 CT만 보고 어떻게 암이라고 단정을 한대?"

난 부정하고 싶었다. 암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겪어본 나로서는 그게 얼마나 길고 고통스러운 과정인지를 알기에... 그리고 난 초기였고 전이도 안되었었는데... 혼자서 그걸 겪어내야 할 여동생을 생각하니 마음에 고춧가루를 뿌린 듯 아려왔다.


게다가 여동생은 이혼하고 오랜 시간 혼자서 외롭게 살고 있다. 50대가 넘었는데도 20대 몸매처럼 날씬하고 동안의 미모를 자랑하는, 그래서 나이보다 10살 이상 어려 보이는 여동생이 암환자가 되다니!!

여동생은 나와는 다르게 체력도 좋아서 남산을 뛰어서 다닐 정도로 건강했었다. 항상 당당하게 할 말을 다하고  어디서든 연예인처럼 빛났던 아이.

그 애에게 암이라는 그림자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먼 세상의 일이었다.


결국 유전적인 건 피해 갈 수 없는 건가?

외할머니도 자궁암이셨고 엄마는 방광암, 난 자궁경부암. 여동생은 대장암.


상담 예약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껏 속시원히 울지도 못했다. 마치 개그맨이 엄마가 돌아가시고도 방송이 시작하면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웃픈 현실처럼...

감정을 가다듬고 2명의 내담자와 상담을 무사히 마쳤다.




3년 전 내가 암이라는 의사의 말을 처음 들었던 때가 떠올랐다. 암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갈 때만 해도 가볍게 소풍 가는 마음으로 갔었다.

" 암이에요" 이 말을 듣는 순간 현실이 아닌 듯 느껴졌고 머리가 멍해졌었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워서도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지만 분노하면서 절규하거나 누굴 원망하는 마음은 안 들었었다. 


근데 여동생의 암소식은 그때와는 완전 다른 반응이어서 나 스스로도 적잖이 놀라웠다.

처음 그 말을 듣는 순간 분노가 터져 나왔다. 섣부르게 CT 만 보고 3~4기라는 등, 간에 전이된 것 같다, 생존율이 5년이다라고 말했다는 그 의사에게 너무너무 화가 났다.

'내가 여동생을 많이 사랑하는구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게 이런 거구나...'


과연 준비되지 않은 무방비 상태에서 그 말을 듣는 여동생의 마음이 어땠을지...

죽음이 그렇게 먼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혼자서 들었을 걸 생각하니 화가 나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잠깐 만난 여동생이 퉁퉁 부은 눈으로

" 간에 전이가 안되었다고 해도 생존율이 5년이래.. 난 삶에 애착이 없어. 살아야 될 의욕이 없어"라고 말하는데  난 따뜻하게 위로하고 공감하는 대신

" 아직 모든 검사가 끝난 상태도 아니고 무슨 의사가 그걸 단정적으로 말할 수가 있어? 말도 안 돼!!"라고 화내듯이 말을 했다.


" 그리고 지금은 부정적인 생각 하지 말고 일단 빨리 치료받고 회복하는 데만 집중해야 돼. 마음 단단히 먹고"라는 말도 튀어나왔다. 

그리고 " 아니 엄마랑 언니가 암인데 5년이나 건강검진을 안 받았다니 참..." 하며 책망하는 말까지 해버렸다.


저녁때 여동생이 전화가 와서

"언니는 상담사라면서 위로해 주고 공감은 안 해주고 왜 그렇게 무섭게 말을 해?" 라며 나를 원망했다.

그러면서 " 우리 가족들은 사랑이 없어. 다 필요 없으니 병원에 오지도 마" 라며 끊어버렸다.


순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여동생 마음이 어디에든 감정을 쏟아낼 곳이 필요하겠지.. 생각이 들어 이해가 되었다.

나도 아까는 왜 그랬는지.. 힘든 마음을 공감해 주고 위로해줘야 했는데 약한 말을 하는 여동생을 보며 상담사라는 사람이 그렇게밖에 반응을 못했다는 게 너무 후회되고 속상했다.

'내 진심은 그게 아니었는데..'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기도 부탁을 하면서도 정작 난 기도도 못하고 있다. 뭘 하려는 의욕이 안 생긴다. 엄마, 남동생들도 서로 수시로 통화하며 앞으로 치료과정을 상의하면서도 내면에 불안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 불쌍한 소민이... 열심히 아등바등 살면서 잘 챙겨 먹지도 못하고.." 엄마는 통화를 할 때마다 계속 우신다.


엄마에게 여동생의 존재는 엄마의 트로피이기도 하고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엄마의 여동생 사랑은 질투가 날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그런 딸이 말기암이라니 청천벽력 같으시겠지.. 엄마도 올해 많이 위독하시다가 이제 조금 회복되어 가는 중인데 엄마도 걱정이다.


오늘 하루종일 마음을 안정할 수 없다. 세수도 안 하고 누워있다가 대장암 관련 유튜브를 보고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상태이다.


그래도 온 식구가 합심하여 소민이의 치유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온전히 하나님께 매달리는 것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하나님 우리 집안에 일어난 이 엄청난 고난을 모두 마음을 합하여 기도하고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내 동생 소민이가 약한 마음 갖지 않고 담대하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꼭 치유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우리 여동생의 치유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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