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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Jan 10. 2023

암환자로 산지 2년 반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이기



나이가 들어감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이 든다는 건 일단 외모적으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모든 살들이 탄력 없어지고 쳐지고 신체의 모든 기능들이 약해지고

아프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맞추기가 힘들어서 뭔가 미숙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고...

거기에 죽음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풀어야 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그래서 과거에 자신이 빛났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젊은 사람들에게 "내가 왕년에~~"하면서 입을 여는 순간

아마도 "또 시작이야~~"하며 도망가겠지...

더 유연하고 성숙하게 노화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2020년 4월 25일>


요즘 몸이 너무 소진되고 피곤했었는데

어제 검사 결과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환자로 낙인찍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망연자실 믿어지지도 않고 서글프고 화나고 복합적인 감정이 마구 일어났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법이니..

가족들에게 알리고 모든 채팅방에 기도부탁을 하고

큰 병원에 예약을 잡고 예약되어 있던 내담자들의 상담을 취소하고..


다른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챙기며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잘 힐링하고 안식년 같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아마도 치료가 다 끝날 때쯤이면 더 깊어지고 조금 더 성숙해져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암진단을 받고 다음날 쓴 글이다.

어쩜 이렇게 담담하게 썼는지 지금 읽어봐도 놀랍다. 물론 <암환자 된 첫날> 글에 썼듯이 진단을 들었던 첫날은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울다, 자책하다, 원망하다, 슬프다 각종 감정들이 번갈아 휘몰아쳤었다.


그렇게 깊고 강한 감정으로 쑤욱 들어갔다 나온 후엔 빠르게 현실적인 일들을 처리했었다.

난 뭐든 받아들이는 게 빠른 편이다.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수술과 방사선 치료, 그 이후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은 암과는 상관없는 사람인 듯 살고 있다. 처음엔 회나 생고기, 빵, 우유도 먹지 않고 야채 위주로 건강한 음식을 먹었었다.


요즘은 가리는 것 없이 다 먹는다. 순대, 곱창, 육회, 라면등 뭐든지 먹는다.  맥주도 한잔정도는 마신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재발'이라는 불안요소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몸은 괜찮아요?"라고 질문에 오히려 '몸 어디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거지?'라고 의아해할 정도다.

'맞다 나 암환자였지..'라고 생각할 정도.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 이혼, 암에 대한 글들이 꽤 많다. 그만큼 그런 경험을 한 분들이 많다는 거겠지만...

그보다도 그런 숨기고 싶은 경험들을 솔직히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놀랍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의 글을 읽으며 위안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키가 커서인지 관절도 안 좋다. 목, 허리, 무릎이 번갈아가며 아프다. 날씨가 추워지면 더 아프다.

상담사들의 직업병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아프다.

맨날 아프다, 아프다 말하는 것도 지겹고..

노화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통증에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늙어가는 걸 사랑하게 될 텐데...


#글루틴 7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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