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로 산지 2년 반
나이 들어감을 받아들이기
나이가 들어감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이 든다는 건 일단 외모적으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
모든 살들이 탄력 없어지고 쳐지고 신체의 모든 기능들이 약해지고
아프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맞추기가 힘들어서 뭔가 미숙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고...
거기에 죽음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풀어야 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그래서 과거에 자신이 빛났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젊은 사람들에게 "내가 왕년에~~"하면서 입을 여는 순간
아마도 "또 시작이야~~"하며 도망가겠지...
더 유연하고 성숙하게 노화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2020년 4월 25일>
요즘 몸이 너무 소진되고 피곤했었는데
어제 검사 결과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암환자로 낙인찍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망연자실 믿어지지도 않고 서글프고 화나고 복합적인 감정이 마구 일어났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법이니..
가족들에게 알리고 모든 채팅방에 기도부탁을 하고
큰 병원에 예약을 잡고 예약되어 있던 내담자들의 상담을 취소하고..
다른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챙기며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잘 힐링하고 안식년 같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아마도 치료가 다 끝날 때쯤이면 더 깊어지고 조금 더 성숙해져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암진단을 받고 다음날 쓴 글이다.
어쩜 이렇게 담담하게 썼는지 지금 읽어봐도 놀랍다. 물론 <암환자 된 첫날> 글에 썼듯이 진단을 들었던 첫날은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울다, 자책하다, 원망하다, 슬프다 각종 감정들이 번갈아 휘몰아쳤었다.
그렇게 깊고 강한 감정으로 쑤욱 들어갔다 나온 후엔 빠르게 현실적인 일들을 처리했었다.
난 뭐든 받아들이는 게 빠른 편이다.
어차피 일어난 일이니...
수술과 방사선 치료, 그 이후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은 암과는 상관없는 사람인 듯 살고 있다. 처음엔 회나 생고기, 빵, 우유도 먹지 않고 야채 위주로 건강한 음식을 먹었었다.
요즘은 가리는 것 없이 다 먹는다. 순대, 곱창, 육회, 라면등 뭐든지 먹는다. 맥주도 한잔정도는 마신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재발'이라는 불안요소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몸은 괜찮아요?"라고 질문에 오히려 '몸 어디가 괜찮냐고 물어보는 거지?'라고 의아해할 정도다.
'맞다 나 암환자였지..'라고 생각할 정도.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 이혼, 암에 대한 글들이 꽤 많다. 그만큼 그런 경험을 한 분들이 많다는 거겠지만...
그보다도 그런 숨기고 싶은 경험들을 솔직히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게 놀랍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의 글을 읽으며 위안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키가 커서인지 관절도 안 좋다. 목, 허리, 무릎이 번갈아가며 아프다. 날씨가 추워지면 더 아프다.
상담사들의 직업병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아프다.
맨날 아프다, 아프다 말하는 것도 지겹고..
노화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통증에서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늙어가는 걸 사랑하게 될 텐데...
#글루틴 7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