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1월이시작되고 얼마 후 가게 3개 모두 인수자가 나타난것이다.꿈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너무 가고 싶었고, 그래서 기뻤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올라와 나를 파도처럼 덮치곤 했다.그건 예상에 없던 감정이었다.
'과연 전혀 연고도 없는 강릉에서 살 수 있을까?
엄마가 강릉으로 간다고 하면 딸들 반응은 어떨까?
과연 이 결정이 잘 한 결정일까?'
수시로 올라오는 불안감에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평생 살아온 서울을 떠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익숙함을 벗어던진다는 건 어마어마한 불안을 내포하고 있기에. 모든 관계가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이어서 선뜻 떠나기에 아쉬움도 남았다. 하지만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다.
강원도 바다는 나에게 치유의 공간이었다. 이혼하고 혼자 살 때 가슴이 답답하고 위로가 필요할 때 KTX를 타고 혼자 강릉 안목해변으로 갔다. 바닷가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면 "괜찮아, 괜찮아" 말해주는 듯했다. 마음을 쓰담쓰담해 주는 느낌. ㆍㆍ
두 번째로 혼자서 갔던 바다가 사천해변이었다. 바다색이 좀 더 짙은 푸른색이었고 남성적인 느낌의 바다였다. 자연의 커다란 품에 아무 말 없이 안겨있는 느낌이었다. 난 강릉의 바다를 사랑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첫 여행지도 강원도였다. 수시로 강원도로 여행을 갈 때마다 "여기서 살까?"병이 도졌다. 막연히 미래에 언젠가는 강원도에 가서 살게 될 거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살고 싶다'와 '진짜 가서 산다' 사이엔 엄청난 간극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막상 정착지를 강릉으로 정하고 나자 그때부터 더 불안이 엄습했다.
그런 마음이 오락가락하던 어느 날 밤, 인스타 메시지가 왔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누구지?' 하며 생각해 보았다. 최근에 상담하고 있는 내담자의 친구였다.내담자가 힘들어하는 시기에 내담자를 전도해서 같이 교회를 다닌다는 그 친구였다.
"선생님 너무 늦은 시간에 메시지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금요기도회에서 선생님 기도했는데 평균대위에서 한걸음 한걸음 하나님을 바라보며 조심히 걸으시는 선생님을 보여주셔서..^^ 가끔은 토하고 가는 환자들의 힘듬도.. 그러나 날마다 힘주시는 하나님 바라보며 모든 게 은혜였다고 고백하시는 선생님을 하나님이 많이 사랑하시는 것을 ㅎㅎ 선생님이 물론 저보다 믿음의 선배이시겠지만 저도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아 봅니다 "
그러면서 내 기도를 하며 받은 말씀이 여호수아 1장 9절 말씀이라고 했다.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수 1:9)
그 말씀을 읽는 순간 말할 수 없는 감동과 기쁨과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내가 어디를 가든지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라는 기도 응답이었다. 하나님은 내 마음을 다 들여다보고 계셨구나. 그래서 내담자의 친구를 통해 두려워하지 말고 강하고 담대하라고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는구나.
그 말씀을 가슴으로 받았다. 하나님의 응답이라면 무조건 순종하겠다는 강한 확신이 생겼다. 주님의 뜻이라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시니까.
지금까지 나를 누르던 두려움과 불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이후엔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삶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기쁘다.
쿵작이 맞는 남편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다. 일단은 여행을 더 많이 하리라. 강원도의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유튜브도 할 수 있고 글쓰기도 여유 있게 더 많이 할 거다.
생각해 보니 작년 가을 브런치를 통해 대학원 후배 상담샘을 만났다. 나와 공통점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던.. 그 샘은 20년 이상 강릉에 살고 있었다. 하나님은 강릉으로 가기 전에 친구를 만나게 해 주신 거다. 모든 게 다 주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2월 초 강릉에 가서 담대히 아파트 계약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천해변 앞에 있는 신축아파트. 분리형이어서 작은 방 하나는 상담실로 사용할 수 있는 곳.
이제 남은 건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세입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도 주님이 다 알아서 해주실 거라 믿는다. 세입자가 들어오는 날에 맞춰 이사 날짜가 정해질 것이다. 빠르면 4월 중순, 늦으면 5월엔 이사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