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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Mar 07. 2024

60세, 유튜브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

<축구하는 냥이 딤섬이>


" 우리 강원도 가서 살게 되면 다니면서 유튜브 찍자"

몇 년 전부터 남편과 나는 유튜브를 해보고 싶었다.

언젠가 강원도에 가서 살게 되면 사람들이 잘 모르는 노포를 소개하거나 제철에 나는 수산물, 건강한 음식을 찍어서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막연해서 미루고 있던 차,

강릉으로 이사 갈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튜브 하는 법을 어디서 배우지?' 고민하는데

문득 '한번 당근에서 수업을 찾아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찾아보니 '현업 70만 유튜브 크리에이터 레슨 시작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오 바로 내가 원하던 수업이다.' 즉시 수업 신청을 했다.


드디어 2주 전에 수업을 하기로 날!!

수업 장소인 카페로 걸어가는데 시험 보러 가는 학생인 듯 마음이 두근거렸다.

'젊은 사람들만 있는데 나이 든 아줌마가 끼어서 버벅대는 건 아닐까?'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괜히 신청했나 보다'


카페가 가까워질수록 무모하게 도전한 걸 후회하는 마음이 커졌다. 카페에 도착해 보니 다른 학생들은 없고 미모의 선생님만 날 보며 반갑게 웃으셨다.

"오늘 다른 분 추가 신청이 없으셔서 혼자 수업받으실 거예요."

" 아.. 그래요?" 대답을 하면서 속으로는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은 차근차근 세심하게 알려주셨다.

"어떤 주제로 하실지 생각해 보셨어요? 심리상담을 주제로 하실 거예요?"라는 질문에

" 아니요. 일단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로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대답했다.

"오 좋아요. 사람들이 반려동물 영상들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울냥이는 축구를 잘한다. 아빠가 차는 공을 골키퍼처럼 몸을 날려 잡고 공을 재빠르게 드리블도 한다. 낮에는 실컷 자다가 저녁때만 되면 "냐옹 냐옹"하며 축구하자고 남편을 부른다.

'축구하는 냥이' 뭔가 대박 칠 느낌이 들었다.

찍어놓은 영상을 보여드리니 선생님도 웃으시며 "그럼 이걸로 한번 만들어 볼까요?" 하셨다.


동영상을 CapCut이라는 앱에서 편집하고 자막을 만들고 배경음악도 삽입하고..

그렇게 해서 내 유튜브 채널에 첫 쇼츠를 올렸다.

요즘은 긴 동영상보다는 쇼츠라고 짧은 동영상을 더 선호한다고 하셨다.


2시간 동안 동영상 1개와 쇼츠 2개를 올리고 수업을 마쳤다.

"새로운 걸 잘 습득하시고 수업을 잘 따라와 주시네요." 미녀선생님의 칭찬까지 들으니 마음이 뿜뿜 터질 듯 기뻤다.


집에 도착해서 "여보 나도 유튜버 됐어."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남편도 "벌써 영상을 올렸다고?" 하며 싱글거렸다.

나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여세를 몰아 그날밤 동영상 2개, 쇼츠 9개를 밤늦도록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더 올렸다.


'내가 말로만 듣던 유튜브를 하게 되었다니!!'

집에 와서 지인들에게 내 유튜브 채널을 공유하니 재주꾼이라고 신기해했다. 뒤늦게 확인하신 선생님도 "벌써 14개나 올리셨어요? 조회수도 300회가 넘으셨네요. 놀라워요. 타고난 유튜버신데요?"라며 놀라셨다.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리 무모한 시도라도 하지 않는 것보단 하는 게 낫다."란 내 신념에 숟가락을 하나 더 얹은 느낌이 들어서 뿌듯했다. 나이 60살이라고 쫄필요 없다.


60살, 뭐든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다.


https://youtube.com/@dimsum19?si=GLCbAq6-y3xJNq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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