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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리나 Feb 03. 2024

S&P 500 너 뭔데 계속 올라?

주가지수에 대한 이해

  나는 내향형 인간이지만 어디 가서 소외감 느끼는 건 싫어하는 편이다. 별로 관심 없던 드라마이지만 화제가 되어 너도 나도 이야기할 때쯤 되면 뒤늦게라도 몰아보곤 했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매일 루틴처럼 뉴스 페이지를 열었다. 자세한 내용까지는 몰라도 그날의 주요 기사 헤드라인 정도는 챙겨봤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출근해서 동료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가운데 나 혼자 투명인간처럼 서있고 싶지 않아서였다.


  남들이 하는 거라면 살짝이라도 발을 걸치고 있는 스타일이지만 유일하게 발 담그지 않았던 영역이 있었다. 바로 주식 투자였다. 콕 찍어서 주식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재테크 자체에 별 관심이 없었다. 돈이 많았으면 하는 욕심은 있지만 대놓고 돈을 밝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나 보다. 선비 정신을 잘못 배운 예라고나 할까? 아무튼 재테크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당장 내가 살 집 정도는 한 채 있어야 했다. 가끔 부동산 이야기에만 한쪽 귀를 열어두고, 주식 이야기가 나오면 두 귀를 꽉 틀어막고 일에만 몰입하며 살아왔다.


  주식과는 평생 담쌓고 지낼 것 같던 사람이었지만  2020년 전 국민 주식 열풍이 내 마음의 빗장을 살살 풀어버렸다. 그 당시 사무실에서 2명 이상이 모이기만 하면 주식 이야기가 쏟아지곤 했다. 대세를 거스를 만큼 뚝심이 없었던 건지 나는 처음으로 증권사 어플을 깔고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주식 투자에 대한 기초 지식, 나만의 투자 원칙, 자산 시장의 흐름 등은 생각하지 않았다. 이름만 들어도 멋지다는 소리가 나오는 국내외 유명 기업들의 주식을 하나둘씩 사모으기 시작했다. 해외 직구도 거침없이 하던 쇼핑의 여왕이었던 나는 미국 주식까지 척척 담았다. 우량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니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조만간 주식 시장의 버블이 훅 가라앉을 거라는 걸 모른 채 혼자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최고점에서 겁 없이 주식을 시작한 생초보 투자자가 그 후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속절없이 내려앉는 주가와 함께 내 기분도 가라앉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했지만 뒤늦게라도 제대로 주식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다. 근로 소득으로 열심히 모은 나의 피 같은 돈을 주식으로 날려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늦깎이의 뒤늦은 주식 공부는 이렇게 시작됐다.


  분위기를 파악하려고 펼쳐든 경제 신문에서는 매일 빠짐없이 주가 동향 소식을 알려줬다. 코스피, 코스닥, 다우지수, 나스닥, S&P 500. 살면서 수십 번도 더 들어본 단어였다. ‘그런데 얘네들이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주가지수가 도대체 어떻게 산출되길래 어떤 날은 오르고 어떤 날은 내려가는 걸까?’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이제야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주가지수 종류마다 하나씩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그래프를 살펴봤다.


  


  

   먼저 미국 주가지수부터 찾아봤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미국 금융시장의 역사가 깊을 테니까 말이다.


- 다우지수 : 다우존스(Dow Jones) 주가지수의 줄임말로 미국의 제1시장,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의 주가 추이를 바탕으로 산출
  * 우리나라의 코스피와 유사함.

- S&P 500 :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서 개발한 미국의 주가지수로 미국 내 상장 기업 중 약 500개 대형기업의 시가총액을 가지고 산출
  * 우리나라 코스피 200 지수와 유사함.

- 나스닥 : 미국 증권의 제2시장의 종합주가지수로 주로 첨단 벤처기업으로 구성되어 있고, 유명 IT 기업(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이 상장된 시장
  * 우리나라 코스닥과 유사함.


   주식시장별로 상장된 기업의 종류가 다르고, 이 기업들의 가치에 따라서 주가지수가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중요한 사실 하나는 주가지수는 과거의 특정 시점과 비교해서 산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S&P 500의 경우에는 1941~1942년에 해당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미국 500대 기업의 시가총액 대비 현재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상대적인 수치이다. 과거와 비교한 값이라면 미국 경제가 퇴보하지 않는 이상 장기적으로 S&P 500을 비롯한 미국의 주가지수는 오를 수밖에 없겠다는 짐작을 해볼 수 있다. 보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가치가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프를 찾아서 눈으로 확인해 보니 정말 그렇다. 경제 위기를 맞닥뜨릴 때마다 큰 폭으로 하락하는 시점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30년간 미국 주가가 정말 많이 올랐다.


미국 500대 기업 주가지수 (자료: tradingeconomics.com)


   

  혹시 선진국의 주가를 사두고 오래 묻어두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싶지만 일본 주가를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일본 니케이 225 지수 (자료: tradingeconomics.com)


  1980년대 엄청난 경제 성장 후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주가는 오랫동안 하락세를 이어갔다. 최근 들어서 30년 전의 주가로 회복된 셈이다. 이 그래프를 보니 투자처를 고를 때는 과거에 성장을 해온 곳이 아니라 앞으로 성장할 곳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하니까 우리나라 코스피 추세도 한번 찾아봤다.


대한민국 코스피 지수 (자료: tradingeconomics.com)


  

  나의 사회초년생 무렵(2006년) 1,000 정도 하던 지수가 지금은 2,600이 조금 넘는다. 남들이 주식 이야기할 때 귀 닫고 혼자 딴생각하고 있을 일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우량기업 주식을 조금씩 사모으기만 했어도 참 좋았을 텐데 이제 와서 후회가 밀려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공부하기 시작한 거겠지? 주가지수에 대한 기본 정의와 산출 방법 정도만 알아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게 있다. 주가지수는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 중이고 앞으로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감이 모일 때 오르게 된다는 사실을…


  최근 들어 자주 볼 수 있는 경제 기사의 타이틀은 ‘S&P 500 사상 최고치 경신’이다. 미국 경제 상황은 꽤 견조한 편이라고 한다. 매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이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지금의 주가에 버블이 있는 건 아닐까? 정확히 미래를 예측해 보는 일은 참 어렵지만 오늘도 잠깐 시간 내서 기사를 읽어본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77/000537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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