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orist Mia Jan 25. 2024

플로리스트와 인스타그램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의 결단

  하루 종일 인스타그램에서 부유한 것 같은 날이었다. 생화와 식물을 관리하고 주문 제작하고 배송하고, 고객들을 응대하고, 매장 디스플레이를 점검하고 부족한 자재들과 재료들 목록을 챙기는 와중에도 빠뜨릴 수 없는 플로리스트들의 업무 중 하나가 SNS 활동이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활동은 매장을 유지하는 데 기본적인 홍보 활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인스타그램은 마구 날뛰는 이미지들의 한 판 경연장이다. 멋지고 황홀하고 따라 해보고 싶은 플로럴 세계의 디자인들에 우리는 경계 없이 접속할 수 있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기에 인스타그램의 사진 및 동영상 업로드 서비스는 플로리스트들에게는 아주 매혹적이다. 그러나 독버섯의 화려한 유혹처럼 인스타그램이 때로 무서운 것이 사실이다. 

  시즌 1에도 지금도 인스타그램을 즐거운 놀이처럼 매일 하고 있기는 하다. 사실 생화 작업을 주로 하는 플로리스트들에게 절화의 생명력 유지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며 그 과정에서 완성된 작품이나 상품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것은 중요한 포트폴리오가 될뿐더러 사진 찍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일종의 놀이가 될 수도 있다. 사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박제된 꽃 상품이나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한 플로리스트들에겐 굉장한 유혹이다. 더 멋지게 만들어서 찍고 싶은데 어쩐지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심리처럼 내 사진이 어떨 땐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사진들끼리 경쟁을 한다. 그렇게 플로리스트들끼리 이미지 경쟁을 한다. 당연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축나는 것은 플로리스트들의 정신 건강이다. 결국 이 글은 디지털 디톡스에 관한 것 그 이상은 아니다. 

  플라워스쿨이나 플라워워크숍에서 만난 이들은 종종 프로이건 아마추어이건 인스타그램의 덧없음에 대해 토로하곤 한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우연히 러쉬 코리아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 이건 뭐지, 2021년 11월 26일에 러쉬는 소셜 중단 선언을 한 것이다. 대신 안전한 디지털 환경 개선에 대한 인식 촉구 캠페인에 대한 포스팅이 있었다. 정보 취사선택의 시대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는 이전보다 더욱 힘들어졌고, 무엇을 믿든지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거대 자본의 흐름에 개인이 저항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을 쉬는 동안에는 인스타그램을 친구들과 비공개로 가끔씩만 하곤 했다. 확실히 디지털 디톡스가 주는 마음의 안정과 편안함을 경험했다. 그러나 매장의 생존과 SNS 활동 여부가 직결된다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과연 앞으로 내 인스타그램 활동이 어떻게 될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오싹하게 재밌지만 금방 끝나버리는 롤러코스터를 탈 것인지, 평화롭게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탈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타지 않을 것인지 그건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2024년 1월 12일에 확인한  러쉬코리아의 공식인스타그램, 우린 과연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다시 플로리스트가 되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