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다 우는 밤

feat. 책 만들다 우는 밤

by 푸른새벽

며칠 째 발행은 하지 않으면서 쓰고만 있다. 그렇게 매일 쓰는 글이 서랍에 쌓여만 가고 있다. 아이들을 재우고 글 앞에 앉아 매일 밤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참 좋아하는 책, ‘책 만들다 우는 밤(홍지애, 꿈꾸는 인생)‘의 어떤 페이지처럼 그런 밤이다. 글 앞에 앉아서 매일 밤의 의식(ritual)처럼 기도하다 글 쓰다 눈물, 콧물 쏟아내다 그러고 있다.


오늘은 크고 작은 사건 없이 평화롭게 지나간 하루 같은데(‘글감은 없는 것 같은데’와 같은 말이다.) 글은 쓰고 싶어 자리에 앉았다. 나지막이 기도를 시작하는데 역시나 눈물부터 쏟아진다. 첫째 아이의 턱에서 떨어지던 땀방울이 떠올랐다.


신랑은 늦은 출근을 하고 첫째와 둘째는 복층에서 공놀이가 한창이다. 싸우는 소리가 계속 난다. 그럴 거면 같이 안 놀면 좋겠건만 싸우느라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 또 같이 놀다 그런다. 참다 참다 몇 번을 불러내려 야단을 친 참이다. 그러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분간이 안 되는 굉음이 복층에서 터져 나온다. 깜짝 놀라 아이들을 불러 내렸다. 너무 놀란 탓에 야단이 과해진다(이번엔 싸우는 소리가 아니라 둘이 신나서 지른 소리였음에도). 그러자 첫째 아이가 고개를 떨구는데 땀까지 흘리며 노느라 송골송골 맺힌 땀이 턱 끝으로 떨어진다.



오늘은 추석연휴라 가까이 사시는 시댁에 일찍 다녀온 터였다. 칭찬보다 행동으로 정을 표현하시는 시어머니가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칭찬을 하신다. 시아버지도 함께 거드시고. 무슨 날인가 싶지만 별 일 아닌 일에 크게 칭찬을 하시니 송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시부모님께 더 잘해야지 하고 다녀온 내내 추석답게 마음이 풍성하고 뿌듯하다.


어른인 나도 시부모님의 칭찬 한마디에 이렇게 힘을 얻는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에게 오늘 어떤 말을 했나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첫째의 턱 끝으로 떨어지는 땀방울 때문에 기어이 떠오른다. 그리고 나의 시선이 아이의 땀방울에 가닿은 그때 아이의 시선 끝에는 엄마의 어떤 얼굴이 있었을까. 아니면 떨군 시선 끝에 어떤 장면이 떠오를까 생각하니 다시 울컥한다.


어쩌면 시부모님은 내게서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어떤 것을 보시고 기다려오셨던 칭찬을 건네셨을지도 모르겠다. 핀잔 한마디보다 묵묵히 기다려오셨을 그 사랑에 부모의 사랑이 어떠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참 참아주지 못하는 엄마였네. 막내에게 “엄마가 우리 가족 중에서 화 제일 많이 내지?” 무심코 물어봤다. 막내는 혀 짧은 발음으로 “응. 그런데 아빠한테 내일부터는 화 많이 안 낼게요, 하면 돼.” 그 아빠가 우리 집 아빠인지 하늘 아버지인지 헷갈리게도 말한다. 그런데 내일부터는 잘할게요, 하면 된단다. 아, 오늘 밤도 눈물, 콧물이 쏟아진다. ”딸아, 괜찮다. 이제 안 그러면 된다. 내일부터 잘하면 된다. “ 막내의 목소리를 통해서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해오고 계셨다.



매일 밤 내가 죽어지는 밤을 지나는 것만 같다. 글을 쓰며 하나님을 발견하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신 후로 매일 밤 눈물을 쏟는다. 베드로가 주님의 영광을 목도했을 때 나는 죄인이니 나를 떠나시라고 했던 그 장면 가운데 내가 서 있는 것만 같다. 매일 밤 하나님을 발견하니 내가 죽어진다. 내가 죽어지고, 내가 쇠하여지고, 주님이 내 안에서 흥하시고, 일어나시는 밤이다. 날 위해 죽으시고 다시 사신 그분을 위해 살아가도록 매일 밤 그분의 사랑이 나를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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