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계획하기
우리학교에서는 1학년에 향후 진행할 연구 4가지의 제안서와 선행연구를 정리하여 승급시험을 보게 된다. 지난 2-3주간 리터래쳐 리뷰를 본격적으로 재구조화하고 내용 추가를 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제안서까지 하면 이미 40장이다. 다 필요한 내용들인데 필요한 것이 너무 많았다. 특히 내 주제는 사회재정, 사회보장정책(빈곤과 불평등), 복지인식이 아주 고르게 섞여들어가는 이유가 컸다. '하나도 빠트릴 수 없어 +_+' vs. '정말 필요한 것을 아주 길게 풀어내겠어!!' 라는 방식 중에 나는 전자에서 시작해서 후자로 끝나게 되면서 너무 광범위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리터래쳐 구성을 '전체 흐름을 아우르는 파트'로 시작해서 '내 주제에 더 밀접한 파트' 구성으로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우르는' 부분에서 어느 순간 너무 깊게 파고 들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는데, 사실상 '아우르는' 안목을 가지려면 모든 것들을 일단 알아야 포괄정인 문장이 나오게 되는 것이었던 것이다 (덴장 ㅠㅠㅋㅋ). 그리고 말했듯 내 주제가 너무 포괄적이라서 읽어야 하는 양이 남의 x3는 족히 되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도중에 이해가 안되는 분야나 읽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그대로 안드로메다로 빠질 가능성이 커서 항상 경계해야했다.
'내게 필요한 파트'는 사실상 새로운 접근이기도 해서 리터래쳐가 전자만큼 많지는 않았다. 결국 진짜 익스텐시브 하게 가야하는 이 부분을 꽈악 채워넣기는 어려웠다 (사실 그랬다면 내가 할 연구가 없다는 말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몇개의 키 아이디어와 아주 상관되는 최근 논문을 열나게 찾는 게 먼저가 되었다. 뭔가 겨우겨우 찾아내면 이 페이퍼들은 새로운 관점이다 보니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꼼꼼히 읽어내야 했는데, 특히 내 연구관점과 샅샅히 비교해 내 아이디어와 정말 비슷하면 사용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었다. 결국 이 비교과정이 내 연구관점을 더 또렷하게 보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내 연구 아이디어의 핵심 중의 핵심, 최종적으로 한 두개 정도로 줄여지는 그 개념들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는 단계에서는 너무나 쓰고 싶은 말이 많고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중구난방인 상태라 라이팅도 더럽게(?) 된다. 한 문장 안에 세, 네개의 컨셉이 섞인채로 길게 들어가기도 하고, 그런 문장이 여럿 이어지는 문단이 되기도 한다. 결국 독자는 이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읽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루하게 된다. 이 과정도 몇 번 해보니 마지막에는 핵심 개념만 나열한 뒤, 그것을 여러문장으로 길게 설명해 내어 이해하기 쉽게 하는 과정, 그 후 그래도 욕심으로 섞여들어간 오프토픽 문장 및 문단을 삭제해내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라이팅 과정으로 보자면: 스트럭처링 - 오프 토픽이 아닌 긴밀히 연결된 내용 찾기 - 내용간 연결, 흐름 확인하며 라이팅 - 설득력 있는 스토리 만들기 이런 것들을 고려하게 되었던 것 같다. 라이팅도 경험인 것 같고, 지금은 이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라이팅을 할 때 다음 단계에 도움이 될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미리 파악하고 집중해내는 과정을 배우고 있다. 리터래처 리뷰를 완전히 재구조화하면서, 트랜스퍼 (승급시험) 이후에 본격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들 - 특히 분석된 것들을 - 잘 찾은 것 같다. 과연 이 중 얼마나를 다음 연구에 쓰게될까?
또한 내 연구의 '핵심 개념'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리터래쳐와 라이팅 과정 전후에 깔끔하게 되기보다는, 그 과정들에 전반적으로 섞여들어갔다. 개념 정의, 비교와 대조를 통한 개념간 관계 파악, 전체 모습 파악을 해야하는데 그것이 결국 공부이면서 또한 시간도 꽤나 걸리는 과정이었다. 이 때는 남에게 한두 문장으로 내 전체 주제를 설명하는 연습을 하거나, 남들이 내 주제를 어떻게 요약해내는지 잘 들어두면 좋다.
자, 이제 오늘 밤 교수님께 메일을 보낼 때까지 리터래쳐 리뷰의 인트로, 흐름 소개, 결론, 그리고 제안서 내용을 지난 수퍼비전 내용에 기반해 약간 보완하도록 할 것이다. 오늘 디파트먼트 커피챗과 젬스의 소셜이 오후 부터 저녁까지 이어진다. 열심히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