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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불 Feb 20. 2023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인가


세상에는 다양한 현상들이 존재한다. 그 현상들은 그 자체로서의 실체일까 아니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변신한 존재일까.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것들은 실제 세계일까, 환상일까.


사진: Unsplash의 Saketh Garuda




칸트는 우리에게 나타나는 세계 그 이상으로 넘어볼 수 없다는 점에서, 설령 무언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나타나는 세계가 곧 실제 세계라 주장했다. 반면 쇼펜하우어는 우리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현상 그 자체라기보다는 특정 의미를 지닌 채 우리에게 등장한 것이기에 그 현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특정 현상을 경험할 때 누구에게나 보이는 공통적인 세계를 보기도 하지만, 각자가 살아온 삶에 따라서 다르게 보기도 한다. 또한 현재 자신의 심리상태나 기대하는 바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특정 인간의 내면을 그나마 근접하게 비춰주는 것이 심리학계에서 투사검사일 지도 모른다. A가 경험하고 있는 그 세계가 A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그 세계가 A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세계를 통해 A가 드러내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세계를 통해 A는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지, 그렇게 A가 오랜 시간 그 세계에 존재함으로써 이뤄내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A가 경험하는 그 세계는 칸트의 주장에 따라 A에게는 실제 세계일 수도 있고, 쇼펜하우어의 주장에 따라 환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모두 A의 세상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A가 경험하는 그 세계에 대한 해석은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A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우리는 A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개인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어찌 되었든 A의 세계를 볼 때 자동적으로 우리의 경험들을 지닌 채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가 어떤 현상에 대해 어떤 역동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타인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면, 그것은 자아정체성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자신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수용해 본 사람이 타인의 세계 역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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