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노래 부르기를 참 좋아한다. 하루종일 노래를 부른다. 내가 들려준 동요, 어린이집에서 배운 듯한 동요, 알 수 없지만 어디선가 들은 것이 분명한 노래, 그리고 독백 같은 자작곡 등 다양한 노래를 부른다. 이런 아들의 모습에 양가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친청 엄마는 내가 어릴 적에는 노래를 불렀던 적이 거의 없었던 거 같다며 신기해하는 반면, 시아버님께서는 남편이 어릴 적 노래인 듯 아닌듯한 자작곡을 3분씩이나 불러 너무나 지겨웠다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남편 쪽 유전자가 분명하다.
참 신기하게도 남편은 노래 가사를 정말 잘 기억한다. 특히, 어릴 적 들었던 광고노래를 퍽이나 잘 기억하는데 해피아이 아동복이라든지, 귀뚜라미 보일러 CM송 가사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면 신박하다. 같은 세대인 나도 매일같이 들었던 노래인데 후렴구만 겨우 기억한다. 어찌 그런 노래들 가사를 기억하냐 물으면 자신도 모르겠단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도 어릴 적 들었던 노래들을 아이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대부분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디선가 가사가 기억나지 않아 인터넷으로 가사를 찾고서야 노래를 완성할 수 있었다. 노래를 완성했음에도 때때로 가사가 기억나지 않아 마음대로 부르기도 하는데 옆에 남편이 있는 날에는 꼭 지적을 한다. 특히, 꼬마자동차 붕붕이라든지 모래요정 바람돌이 노래를 부를 때는 한 번쯤은 지적을 받았다. "사랑과 희망을 심어주면서"라고 부르고 있자면 꼭 "희망과 사랑을 심어주면서"라고 수정해 준다. 뭐 그렇게 중요한 거라고!
그래도 아들과 함께 있을 때는 내 마음대로 노래를 불러왔다. 어제까지는 말이다. 어제 저녁, 아들과 함께 미끄럼틀을 타면서 "그대로 멈춰라"를 무심코 부르고 있었다. "눈도 감지 말고, 웃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다음 가사가 생각나지 않았다. 늘 있는 일이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들 눈을 보면서 "장난치지 마" 라며 가사를 바꿔 불렀다. 그러자 아이가 호통을 치며 "장난치지 마 아니야"라고 하는 것이다. 마치 남편이 나를 나무라듯 똑같이 꾸중하는 아이를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이제 올 것이 왔구나. 정신이 번쩍 들자 가사도 생각이 났다. "눈도 감지 말고, 웃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움직이지 마!"라고 불러줬더니 "맞아"라고 하면서 미끄럼틀을 타러 가버리는 것이다.
기특하다 기특해. 두 돌을 넘은 생명체 속에 이렇게나 큰 자아가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숙연해진다. 너는 이렇게 열심히 성장하고 있었구나. 완창 선생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들에게 이제 온종일 지적받을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그것 또한 큰 기쁨이리라. 며칠 전부터 어린이집에서 배워왔는지 작은 별의 영어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like a diamond in the sky"에 다이아몬드를 자꾸 다이너마이트라고 불러 듣는 사람들을 실소케 하고 있다. 아직은 미숙한 단계의 완창선생. 완연히 성장하기 전에 나도 미리 노래 연습을 해놓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