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커피일기

[일상] 고등어, 밑반찬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by 아무

고등어, 밑반찬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굳이 따지자면 물고기는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고등어와 꽁치.

고등어와 꽁치는 이모 집에서만 먹을 수 있던 귀한 반찬이었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 집 식단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 흔하디흔한 고등어와 꽁치는 어릴 적 이따금 방문하던 이모 집에서 특별한 날에만 내어주시던 음식이라 아직도 고등어와 꽁치를 떠올리면 행복하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갓 지어 뜨끈한 밥과 이모 특유의 레시피로 만들어진 고춧가루와 엿기름이 적당히 버무려 고소하고 바삭한 멸치볶음, 젓갈 없이 고춧가루도 적당한 깔끔하고 시원한 배추김치, 가끔 김, 그리고 꽁치 - 감자나 돼지고기 등을 넣은 고추장찌개도 맛있었지만 내게 최고는 사실 고등어보다는 꽁치다. - 이렇게면 밥 두 공기도 뚝딱이다.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덕분인지 어제는 왠지 고등어가 먹고 싶어 고등어구이를 요청했고, 저녁 식사로 고등어를 먹었다. 하지만 예전만큼 행복하진 못했다. 이 고등어는 어느 바다를 누비며 다녔을까? 방사능에 노출된 아이였을까? 중금속이나 미세플라스틱을 많이 먹은 아이는 아닐까? 오염된 바닷속을 누비다가 누군가에게 잡혀 내 뱃속으로 들어와 내 몸에 오염물이 쌓여간다는 생각을 하니 예전만큼 맛좋게 즐기지 못했다.

얼마 전 환경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고, 산호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일정 온도 이하의 바다는 산호를 포함하여 스스로 자기 정화 능력을 지닌 채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지만 최근 50년 전부터 급속도로 온도가 상승하여 제기능을 상실해가고 있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굳이 말을 보태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들.

그러한 이유로 에어컨을 잘 틀지 않는다. 불쾌지수가 솟구쳐 견디지 못할 때만 가끔,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의 일회용품 사용도 예민하다. 얼마 전 오메가-3의 원료가 남극 지방의 크릴새우인데 대량의 크릴새우가 인간의 오메가-3를 위해 잡혀가면서 남극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이야길 듣고 나서 부터 오메가-3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고등어와 꽁치를 예전만큼 맛도 기분도 좋게 맛볼 수 있을까? 차라리 양식 물고기가 나을까? 잘 모르겠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들이 서로의 발목을 옭아매고 있는 건 아닌지, 건강한 음식과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데 그게 가장 큰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뭐부터 노력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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