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늘의 커피

by 아무

오늘의 커피
새로운 원두를 샀다. 오랜만에 신선한 커피빵을 만났고, 오랜만에 적당한 양의 커피를 마신다. 보통 한 번에 10g의 원두를 갈아서 100mL 정도의 물을 내리는데, 사 먹는 커피는 에스프레소 한 샷 당 20g 정도의 원두를 사용하지 않을까. 요즘은 투 샷도 많고, 최근 유난히 많이 사 먹었으니 내 몸이 소화 가능한 양보다 훨씬 많은 카페인에 찌들어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금요일 오후에 갓 볶은 커피를 예약하여 사 온 오늘의 커피는 초콜릿(인 줄 알았지만 캐러멜), 견과류(인 줄 알았지만 견과류는 없음), 시큼한 향(레몬!, 체리, 오렌지 블랙베리+꿀과 시럽이라고 쓰여 있음)이 난다. 평소보다 물을 조금 더 내려서 그런지 시큼함이 강하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첫맛에서 중간 정도의 묵직함이 느껴져 좋았다.

+ 크라운 주얼 콜롬비아에 대하여 찾아보니, 얼마 전 알게 된 고급 원두 게이샤처럼 괜찮은 원두 중 하나였다. 고급 입맛이 아닌 주관적이고 기분파인 내 입맛에도 잘 맞는 좋은 원두와 커피이기를. +

요즘은 마스다 미리의 그림책 ‘빨리 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뜨인돌 어린이, 2011)에 대하여 종종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그 그림책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남들과 다르고, 느린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스다 미리를 처음 알게 되고, 그림책을 사랑했던 게 벌써 몇 년 전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 그림책이 아른거리는 이유는 요즘 내 삶이 뭉그적거리기 때문인가 보다. 돌봐야 할 부양가족이나 당장 해결해야 할 임무가 많지 않기에 빠릿빠릿하지 않게 돌아가는 일상. 시간이 곧 돈인데 시간이 무의미한 일들로 펑펑 쓰고 있다. 일부러 낭비하는 건 아닌데, 요즘 내 삶은 ‘다른 누군가에 비하여’ 무한한 듯 흘려보냄을 느낀다. 하지만 이게 나인데. 내가 빠릿빠릿했다면 이런 고민 따위 하지 않은 체 남들과 같은 삶을 살겠지. 나는 나니까. 느리지만 알차게 그렇게 잘 해내야지 어쩌겠어. 고민 따위 내려놓고 내 삶을 살면 그뿐인데, 가끔 주변에 흔들린다. 흔들리는 인생이 제맛인가. 이왕 흔들릴 거면 아름답게 흔들거렸으면.

커피가 조금 식었다. 꿀에 레몬을 더한 맛이 난다. 남들과 달라도 꽤 괜찮은 내 인생, 오늘도 재미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