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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Dec 29. 2019

[읽다] 소설가의 일. (2014)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일기

[2019-75 / 에세이] 소설가의 일. 김연수. 문학동네. (2014)

소설가 김연수에 대하여 알고 있지만 읽은 책은 에세이 한 권이 전부이다. ‘지지 않는다는 말(마음의 숲, 2012)’을 읽으며 한국인 하루키처럼 느껴졌지만 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김연수의 소설도 읽고 싶단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되어 별 기대 없이 읽어낸 이 책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김영사, 2002)’도 생각나고, 예전엔 까칠한 연예인 같았지만 이제는 옆집 아저씨 수더분하고 푸근하게 느껴지는 성시경도 생각났다. 김연수 아재의 수다스러움, 유쾌함 같은 게 느껴져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소설가의 삶이 궁금하지도 않았고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고 친해지고 싶고 글을 쓰고 싶어 졌다. 할 말 많지만, 내 글을 쓰고 싶어 졌으니까 아껴야겠다. 연륜과 글발, 내공이 전해지는 소설가의 에세이.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도 계속 쓸 것이다.)
오랜만에 꽤 많은 발췌를 남겼다. 다 기억할 수 없으니 기록을 열심히 해야겠다. 김연수 작가님처럼 잘 쓸 수 없을 테니 자꾸 자주 오래 궁둥이를 붙여야겠다.

훌륭한 소설가가 되려면 원숭이보다 지혜로워서는 안 된다. (39)


무기력은 현대인의 기본적 소양이다. (53)

 삶이 멋진 이야기가 되려면 우리는 무기력에 젖은 세상에 맞서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만 한다. 불안을 떠안고 타자를 견디고 실패를 감수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지금 초고를 쓰기 위해 책상에 앉은 소설가에게 필요한 말은  많은 실패를 경험하자는 것이다. (54)

소설은 허구이지만, 소설에  빠진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허구가 아니다. 그게  핍진한 문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플롯을 짜는가가 모두  핍진성에 기초한다. 여기까지가 이해됐으면 이제 소설가의 일은 서론이 끝난 셈이다. (84)

서사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인생을   산다. 처음에는 그냥 닥치는 대로 살고, 그다음에 결말에 맞춰서  번의 플롯 포인트를 찾아내 이야기를 3 구조로 재배치하는 식으로 한번  산다. (91)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174)

그렇지만 삶이 변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삶이 변하고 감정이 변하면 사랑했던 사람과도 헤어지잖아요. 같이   없는 연인도 있고 친구도 있고 독자들도 있고요.  대신 다른 사랑과 다른 우정이 시작되는 거잖아요? 예술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정과 사랑에 얽매이면  되는 거죠. (201)

30 안에 소설을  쓰는 법을 가르쳐드리죠. 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쓰지 말고,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쓰세요.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지 마시고, 연인과 함께 걸었던 ,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쓰세요. 다시 한번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언어로는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있는  오직 감각적인 것들뿐이에요.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잊지 못할 음식을 먹고, 그날의 날씨와 눈에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놓으세요.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이상 강의 .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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