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란 꽃잎이 낙화 중이라는 전갈. 시외버스 간이매표소 중년 여자의 쌀쌀맞은 대꾸는 손목 하나 들락거릴 구멍이 불쑥 토해낸 컴컴한 행로. 버스 창밖에서 부슬비는 약속도 없이 풀을 적시고 빗방울 넉넉히 묻은 호수에 늘어지는 저 구사일생도 모르고 흩날리는 초속의 내리막 꽃과, 비와, 해의 만개, 나울나울 입술을 말리고
젖었다 마른 운동화 밑창에 들러붙은 망연한 어스름을 껴안고 돌아누운 당신의 등에 가슴을 대고 불을 켜 든 동백, 옛 단층집 한 평 남짓 화단을 어슬렁대다가 손톱이 입술각질을 뜯는 한적한 영문도 모르고 하염없이 하염의 자취와 빗방울 속에서 맛본 테이크 아웃 까페라떼 겹겹무늬초코크림의 낌새와 벚꽃잠 일으키는 번개를 품은 자정의 노란 비와 당신의 휜 등에서 읽어버린 물끄러미 또는 우두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