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신꽃신내꽃신 Oct 01. 2024

피고 지고 피는

김려원

  피고 지고 피는       


   김려원



   동네 누나와 입 맞췄다는 당신의 그 누나를 만난다면,      


   오늘 자란 꽃잎이 낙화 중이라는 전갈. 시외버스 간이매표소 중년 여자의 쌀쌀맞은 대꾸는 손목 하나 들락거릴 구멍이 불쑥 토해낸 컴컴한 행로. 버스 창밖에서 부슬비는 약속도 없이 풀을 적시고 빗방울 넉넉히 묻은 호수에 늘어지는 저 구사일생도 모르고 흩날리는 초속의 내리막 꽃과, 비와, 해의 만개, 나울나울 입술을 말리고


  젖었다 마른 운동화 밑창에 들러붙은 망연한 어스름을 껴안고 돌아누운 당신의 등에 가슴을 대고 불을 켜 든 동백, 옛 단층집 한 평 남짓 화단을 어슬렁대다가 손톱이 입술각질을 뜯는 한적한 영문도 모르고 하염없이 하염의 자취와 빗방울 속에서 맛본 테이크 아웃 까페라떼 겹겹무늬초코크림의 낌새와 벚꽃잠 일으키는 번개를 품은 자정의 노란 비와 당신의 휜 등에서 읽어버린 물끄러미 또는 우두커니      


  발간 입속에서 꽃 피는 동네 누나처럼 가출하면 나도 필까, 만나게 될까, 당신   


https://blog.naver.com/seepoetad/223579133561


  김려원 - 피고 지고 피는 외 - 신작시 - 사이펀 (계간 시 전문지) (daum.net)                                              

             

작가의 이전글 후회 氏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